‘분쟁의 땅’ 그린란드 르포 병역의무 없어도 자원입대 움직임… “트럼프 위협에 하루도 편히 못 자” 선체 전시된 무기체험 프로그램에 그린란드 전체 주민의 10% 다녀가
군함 공개행사 찾은 주민들 24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호 함정 공개 행사에 참석하는 주민들이 함정에 탑승하는 모습. 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누크=유근형 특파원
24일(현지 시간) 덴마크령 그린란드 누크항에서 열린 덴마크 해군 함정 공개 행사장. 20대 그린란드 청년 크리스 씨는 “군함을 직접 보니 기분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주장이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구체화되면 이를 막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그린란드 사람들은 안보와 군사력 강화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우리 스스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는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린란드 주민은 예외로 하고 있다. 본토 거주자에게만 징병제를 적용했던 것.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나토 활동 축소 가능성 등 재무장 필요성이 커지면서 덴마크는 지난해 7월부터 징집 대상에 여성도 추가했다. 복무기간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렸다. 다만 먼저 입대 지원을 받고 모자라는 병력을 추첨을 통해 뽑는다. 이에 모든 사람이 군 복무를 하는 건 아니다. 덴마크가 현 군사력을 유지하면 그린란드 주민까지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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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 둘러본 그린란드 주민들 “안심돼”
덴마크 해군은 이날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 상황 속에서도 해군 함정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덴마크 해군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다. 동시에 그린란드 주민들의 불안을 다독이려는 행보란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는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그린란드 주민들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함정에 올라 조종실, 조타실, 갑판, 포탑 등을 둘러봤다. 함정 내부에선 덴마크 해군의 각종 무기를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특히 어린이들은 조종실에 앉아 직접 조타륜을 잡아 보기도 했다. 군인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주민들을 맞았다. 그린란드 원주민인 누카 씨는 “트럼프 이슈가 터진 후 하루도 편하게 잠들지 못했는데, 함정을 둘러보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수산업에 종사하는 30대 카악 씨는 기자를 향해 “미국의 위협이 한국을 압박하는 북한보다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린란드 주민들이 함정을 둘러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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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총리 깜짝 그린란드 방문
덴마크 총리도 그린란드 찾아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운데)가 23일 누크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누크=AP 뉴시스
다만 프레데릭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나토 동맹국들의 파병을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많은 덴마크 군인이 목숨을 잃고 다쳤는데 동맹군의 노력을 의심한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구 100만 명당 사망 군인 수가 7.7명으로 미국(7.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을 주장하며 광물채굴권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나야 나타니엘센 그린란드 상무장관은 23일 “우리의 광물 부문의 향후 개발이 그린란드 외부에서 결정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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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