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한정된 자본이라는 특성… 금융이 가장 신뢰하는 담보물 부동산 가격 오르면 불평등 심화… 하락 땐 신용 증발로 경제 위기 부동산 시장의 구조 낱낱이 해부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마이크 버드 지음·박세연 옮김/360쪽·2만5000원·알에이치코리아
영국의 경제 전문기자인 저자는 부동산이 금융 시스템과 결합하면 국가 권력까지 좌우할 힘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토지는 수천 년 동안 세금과 군사력, 신용을 매개하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풍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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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력 사용 가능성은 부인했지만, 그린란드의 미국 병합을 반대하는 유럽을 향한 압박 수위는 낮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트럼프가 원하는 건 표면적으로는 ‘땅’이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돈’에 가깝다. 군사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아 희토류 자원이 드러나며 그린란드가 ‘금싸라기 땅’으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토지가 가장 확실한 국가의 자산이자 권력을 움직이는 기반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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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토지는 금융이 가장 신뢰하는 담보물이기도 하다. 은행은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늘리고, 신용이 확장되면서 경제는 성장 국면에 진입한다. 문제는 반대의 순간이다. 토지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에 의존하던 신용은 순식간에 증발한다. 그 충격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된다. 저자는 지난 300년간 반복된 주요 금융위기 상당수가 이 ‘토지와 신용의 고리’와 맞물려 벌어졌다고 설명한다.
책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해 중세 유럽의 봉건 토지 소유, 미국 독립 이전 식민지 시대의 토지 제도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여러 토지 관련 문제를 분석한다. 특히 19세기 미 사상가 헨리 조지가 주장한 ‘단일세’ 논쟁은 꽤 상징적인 장면이다. 산업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빈부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토지에서 찾았던 그의 문제의식은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토지 소유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제도화에는 실패했다. 토지가 얼마나 강력한 권력 자산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의 사례는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에도 강력한 시사점을 던진다. 1980년대 일본은 토지와 부동산을 손쉽게 담보로 잡을 수 있다는 점에 기대 대출을 집중시켰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6년 동안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33% 증가하는 동안, 토지 가격은 78% 상승했다. 그러나 그 결말은 토지를 담보로 쌓아 올린 신용의 급격한 붕괴였다.
중국도 크게 다르진 않다. 부동산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 지방정부 재정과 금융 시스템을 떠받쳐 왔지만,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토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위기가 표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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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