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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잃어버린 세대’ 닮아가는 韓 청년…한은 ‘고용·주거 충격 분석’

입력 | 2026-01-19 15:24:57

6일 세종시 어진동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종청년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5.11.06. 세종=뉴시스


첫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월세는 먼저 오르고, 통장에 쌓여야 할 첫 자산은 뒤로 밀린다.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보고서는 청년층의 구직 지연과 주거비 부담이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일본 ‘잃어버린 세대’와 유사한 경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이재호 거시분석팀 차장은 이날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오늘날 청년층의 고용·주거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청년세대가 자산과 경력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특성상 경제적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에는 초기 구직 과정과 주거 여건의 부담이 과거보다 더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겉으로 보이는 고용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00년 43.4%에서 2024년 46.1%로 상승했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8.1%에서 5.9%로 하락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같은 수치가 “구직 준비 기간의 장기화라는 이면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와 고용 경직성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경력직과 수시채용을 선호하고 청년층은 구직을 미루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쉬었음’ 늘고, 상용직 확률 줄어든다…구직 지연의 상흔 효과

실제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003년 227만 명에서 2024년 422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응답 비중도 2004년 24.1%에서 2025년 31.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런 구직 지연이 단기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상흔 효과(scarring effect)’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상흔 효과란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이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 접근과 임금 수준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은 66.1%였지만, 3년으로 늘어나면 56.2%로 낮아졌다.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현재 기준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층이 숙련 기회를 잃고 인적자본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해 이후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취업난을 겪은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잃어버린 세대)’와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당시 일본에서도 초기 취업 실패가 장기 소득 정체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며 세대 전체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킨 바 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 2026.1.14/뉴스1

● 월세 오를수록 자산 줄어든다…주거비가 미래를 압박

주거 여건도 청년층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학업과 취업을 계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월세 거주 비중이 높아졌지만,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은 수익성 저하와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월세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주거의 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시원 등 취약 거처 이용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높아졌고, 최저주거기준(14㎡ 이하)에 미달하는 비중도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주거비 부담이 단순한 생활비 증가를 넘어 자산 형성과 재무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급등했다.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낮아져, 인적자본 축적을 저해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소형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의 일 경험 지원 사업을 확대해 노동시장 이탈을 막고,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차장은 “현 청년세대의 취약한 고용과 주거 상황은 단순한 세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거시적 리스크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금융 지원도 필요하지만,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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