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IBS 양자과학 연구단장 인터뷰 양자기술 패권국, 美-中으로 양분 연구정착금 제도가 각국 인재 불러 ‘이온트랩 양자컴’ 개발 연구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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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현재 양자과학기술에 필요한 레이저나 초고진공 장비 등 소재·부품·장비 대다수를 자국에서 생산해 공급할 정도로 기술 자립도가 높습니다. 국가 주도의 양자연구소가 양자통신 분야 선도를 시작으로 양자컴퓨팅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연구가 활발합니다.”
13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에서 만난 김기환 IBS 트랩이온 양자과학 연구단장(사진)은 “양자과학기술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양분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제품의 중국 수출 통제 등에 대응하면서 중국이 도리어 독자적인 양자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 전략기술인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유형의 문제를 풀 수 있어 주목받는다. 양자 현상을 활용한 정보처리 단위 ‘큐비트(qubit)’로 계산을 수행하는데, 큐비트의 형태는 구동 방식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통 큐비트 수가 많고 오류가 적을수록 성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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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트랩 연구의 계보는 198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과 미국 과학자가 꾸린 연구그룹 두 곳에서 출발한다.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단장은 박사후연구원으로 유럽과 미국의 주요 이온트랩 연구계를 모두 경험했다.
김 단장은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마친 뒤 한국에 자리 잡으려 시도했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입지가 부족했던 양자정보 분야에서 기회를 찾지 못했다. 이후 중국 칭화대의 교수직 제안을 받고 건너가 2011년부터 중국 이온트랩 양자컴퓨팅 분야를 개척했다.
중국은 양자정보과학의 근본적인 특성과 기술 응용 가능성을 밝혀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과학자 안톤 차일링거의 제자인 잔웨이판 중국과기대 교수가 허페이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양자과학기술 연구를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중국 정부에서 연구정착금 약 6억 원을 지원받고 지방정부와 대학이 그보다 많은 지원금을 추가로 보태 즉시 원하는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는 중국이 2011년부터 우수한 청년 연구자들을 선별해 각각 10억∼20억 원의 연구정착금을 제공하며 원하는 연구를 즉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학들에서는 오랜 기간 시행 중인 제도로, 덕분에 과거 다소 경직되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 과학계에 활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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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적은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는 확장이 주요 과제다. 지난해 영국 양자컴퓨팅 기업 퀀티넘이 역대 최대인 98큐비트급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를 선보이며 연구계 전반에 활력이 돌고 있다. 김 단장이 이끄는 연구단도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를 궁극적으로 수백만 큐비트까지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는 장치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산업에서 경쟁력을 내려면 양산 기술을 확보해 경제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연구단은 현재 실험실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는 이온트랩 분야에서 박사 이상급 인재가 많지 않아 연구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김 단장은 “먼저 장비와 인력을 마련하고 약 4년 뒤부터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