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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도 못 쉬어…소방공무원, 올해 900명 이상 늘린다

입력 | 2026-01-18 07:27:13

행안부, 소방공무원 정원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6만6799명으로 913명 증원…2022년 이후 4년만
재난 신속대응 더해 트라우마 등 극단선택 영향
정부, 5년간 5000명 증원키로…환영 속 “부족”도



7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내에 정박한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과 해경이 진화 작업을 벌인 가운데 한 소방대원이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불로 한국인 기관사와 외국인 선원 등 총 2명이 실종되고, 화재 직후 바다에 빠진 3명은 중상을 입고 제주 시내 대형병원으로 이송 조치됐다. 2022.07.07 뉴시스



정부가 올해 소방공무원 정원을 900명 이상 증원한다.

지난 3년간 사실상 동결된 소방 인력을 새 정부 들어 다시 늘리는 것으로, 트라우마 등을 겪어도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소방공무원 및 경찰공무원 정원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시·도 지자체(소방청과 소속기관 등 중앙 정원 제외)에 두는 소방공무원 총정원을 지난해 6만5886명에서 올해 6만6799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는 913명 증원되는 규모로, 정부가 소방공무원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소방공무원 정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5년간 총 2만명을 충원하겠다는 목표 아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약 3000~4000명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증원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법령상 정원은 2022년 6만5885명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사실상 멈춰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 속에 전체 공무원 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증원되는 소방공무원 인력 913명을 시·도별로 보면 경기가 288명으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정원은 1만1559명이다.

이어 경남 95명(정원 5576명), 전북 78명(3534명), 경북 69명(5558명), 대구 63명(3043명), 서울 62명(7552명), 충북 53명(2898명), 부산 33명(3781명), 인천 31명(3428명), 울산 30명(1429명) 등의 순으로 늘었다.

정부가 올해 소방공무원 정원을 늘린 것은 갈수록 복잡하고 대형화되는 재난 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대형산불, 집중호우 등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트라우마,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으로 소방관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것도 정원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소방공무원 분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신데,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트라우마가 있어도 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지적이 많아 이번에 부족한 인력을 일부 반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8월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인천소방본부 소속 30대 소방관 A씨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이후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한 달 전인 7월에는 같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나섰던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당시 용산소방서 소속) 소방관 40대 B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와 휴직을 거듭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트라우마 등 심리적 충격으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워도 대체 인력이 부족해 충분한 휴식과 치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근본적으로는 소방관 정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방청과 상의하고 관련된 기관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 안에 증원 계획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 노조도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대 근무의 특수성, 지속적 긴장감, 부족한 인원, 자신과 동료를 돌볼 시간도, 여유도 안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정부는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소방공무원 정원을 총 5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현장 인력 부족분 산정을 기반으로 5년 동안 매년 1000명씩, 총 5000명 증원하는 것으로 행안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방 노조는 일단 소방공무원 증원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인력 부족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900명이라고 해도 1개 소방서에 많아야 5~6명 정도 채워질 것”이라며 “채용과 교육 등 절차를 거치면 1년 뒤에나 배치되는 것이라 당장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인력 증원 외에도 트라우마 등을 겪는 소방공무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강화를 위해 상담사를 2배 이상 확대 배치(125명→265명)하고, 국립소방병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건강관리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김 소방청장 대행은 “마음건강센터를 각 시·도별로 만들어 대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상담도 상시적으로 받으며 치료까지 연계되는 체계를 만들겠다”면서 “민간에서 운영하는 치유센터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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