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 중국 상하이의 호텔에서 열린 청와대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거기 주목하느라 주목받지 못한 뉴스가 있었다. 대통령 연임제 개헌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 대통령 자신부터 연임할 수 있게 개헌하는 ‘정치적 상상력’을 내비쳤다.
“대한민국 헌법이 그런 데 뭔 상상을 합니까? 그냥 가는 거지.” 여기까진 많이 보도된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더불어 웃다 놓친 발언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정색을 하고 이어서 말했던 거다. “그러나 저는 그런 걸 믿죠. 국민의 바다, 민중의 바다, 민중의 강물 위에 떠 있는 배 같은 존재가 정치이고 권력이니까…국민의 집단지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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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에이, 당신이 잘못 짚었겠지, 하고 악풀 달고 싶으신가. 그런 독자를 위해 좀더 자세히 소개한다. ‘취재편의점’이라는 유튜브 채널 기자 장윤선의 답변 이끌어내기 똘똘한 질문과 기다렸다는 듯한 이 대통령의 답변은 이랬다.
“우리는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에 지난 30년 한중 관계는 발전기-조정기-갈등기를 거쳤다. 미래에도 흔들리지 않는 협력관계가 가능할지,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치적 상상력을 말해 달라.”
“대한민국의 5년 단임제에 대해 중국도 관심을 보인다. (외교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사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 주변국도 일당집권인데 우리만 5년 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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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MOU 서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중국 제7대 주석에 오른 뒤 지금까지 14년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어지는 이 대통령의 답변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일본도 사실 일당이 계속 집권한다. 우리 주변국가들 거의 대부분 그렇다.
②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단임제로 인한 외교정책 진폭이 크지 않았다.
③ 최근 대외관계에서 상상이상의 급변이 있었다. 주변국에서 ‘나중에 어찌 될지 어떻게 믿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④ 어떡하겠느냐. 운명이다.
⑤ 그러나 한반도 평화에 관한 문제라면 지금이 기회다. 쉽게 뒤집지 못하게 제도화하면 된다. 입법이든, 조약을 맺든, 문서상이든.
⑥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핵문제를 현실적, 실용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갖고 있고 나도 그렇다. 중국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선 지금이 좋은 기회다.
⑦ 음…5년 단임제요. 대한민국 헌법이 그런데 뭔 상상을 합니까? 그냥 가는 거지.
● 어떤 체제든 국민이 원하는 세상이라면?
지난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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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더군다나 이번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그냥 맡겨 놓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기 때문에,
⑩ 어떤 체제가 되든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고 또 원하는 세상을 향해서 좀 부침, 흔들림은 있겠지만 계속 나아갈 거라고 믿습니다.
※ ⑨와 ⑩은 한 문장이지만 갈라놓은 이유가 있다.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국민이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냥 맡겨두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누구에게 무엇을? 더구나 ‘어떤 체제가 되든’이라니? 자유민주주의 체제 말고 다른 체제를 어느 국민이 원한단 말인가? 심지어 흔들림이 있어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대체 어떤 세상으로요?
● 악법 강행 보면 연임제 개헌도 무섭다
지난해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친북정책이 추진된 건 “반미(反美)면 어떠냐”던 노무현 대통령과 운동권 86그룹 집권때부터였다. 이번 방중으로 한중관계가 좋아졌다지만 또 무슨 상상이상의, 국민도 모르는 대외정책 급변이 있었단 말인가? 5년 단임제에 대한 주변국 우려는 걱정스럽고 일당 독재에 대한 국민 우려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관련 트럼프와 이 대통령의 ‘실용적 해결’이 그래서 겁난다. 뒤집지 못하게 무조건 제도화한다는 데는, 특히나 중국과 함께 하는 해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노랑봉투법이든, 검찰 해체든, ‘입틀막법’이든 원하는 대로 강행하는 집권세력이다. 민주당 당헌당규도 이 대통령이 바꿔 첫번째로 혜택을 누렸다. 대통령 연임제 개헌도 그러지 말한 법 없다. 일단 개헌 작업에 들어가면 “5년도 짧다”는 일부 국민의 조직적 성화에 ‘이재명 대통령 예외’ 조항이 들어갈까 겁나는 것이다.
● “나부터 연임”은 친위 쿠데타적 개헌일 것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 1호 선포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1974년 1월 9일자 신문.
박정희 유신독재 때 긴급조치 1호가 유신헌법 반대 금지·헌법 폐지 주장 금지·유언비어 금지다. 현재 입틀막법으로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이 시행되고, 의견과 논평도 문제 삼을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 대통령부터 연임을 위한 개헌’ 따위 칼럼은 딱 걸릴지 모른다. 유신독재로 돌아간 회귀물 세상이 될 판이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이고, 연임제 개헌은 이 문제를 고칠 수 없다. 현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연임제 개헌이라면 ‘친위 쿠데타적 개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다만,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으나 2026년 1월 7일 이 대통령이 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말하면서 ‘국민의 집단지성’을 각별히 언급했음을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법제처장이 질타를 받았던 ‘국민이 결단할 문제’와 같은 의미로 읽혔다는 점도 기록해 둔다.
김순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