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 이영우 신부
이영우 신부는 “과거와 달리 요즘 시대에는 고시원 등 방 안에 숨어 고립된 채 살아가는 빈민이 많다”라며 “물질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관심과 사랑,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절실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허허허, 많이들 먹어.”
밖은 영하 14도 강추위.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작은 공간은 ‘뻐끔’ 거품을 터트리며 끓고 있는 카레 온기로 따스함이 가득했다.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기분 좋게 찌른다.
광고 로드중
이 지역은 과거 ‘신림동 고시촌’이라 불리던 곳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를 지금은 싼 주거지를 찾는 중장년층이 채우고 있다.
“이 동네 70% 정도가 1인 가구인데, 그중 약 40% 정도는 월 10만~20만 원 고시원에 사는 40~60대 중장년층이에요.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고독사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고시원 중장년층 돕는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 이영우 신부.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 신부는 “청년이나 노인을 위한 정책은 있는데, 의외로 사각지대에 있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은 별로 없다”라며 “삶의 희망을 잃은 고시촌 중장년들이 쉬면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그는 사제지만 쉼터 바로 옆 원룸에 산다. 사제관에 살면 청소, 빨래, 식사 준비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과 부대끼며 울고 웃고, 지역 사회 운동을 함께하는 ‘진짜’ 생활은 어렵기 때문. 이 신부는 쉼터를 찾는 이들과 함께 산책, 사진 찍기, 영화 보기는 물론 동네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여행도 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참 소중한…’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이름이다.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고 삽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엔 그동안 받은 상처와 아픔에 절망해 친구와 가족을 미워하고 늘 자신을 질책하며 사는 분도 많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살아가야 할 이유도 생긴다고 믿습니다.”
광고 로드중
“쉼터에 올 때마다 ‘참 소중한 나 OOO’, ‘참 소중한 OOO씨’ 하는 식으로 뭔가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소중한 대상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소중한 커피, 소중한 공간 등 사소하지만 그런 대상이 늘어날 때 조금씩 더 행복해지지 않겠습니까. ”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