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가 CES에서 공개한 전기 수중익 보트 C-8. 출처 Futurride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겐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이날 기자는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의 시범 운항에 동행했다. 기자가 직접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2024년 스톡홀름에서는 칸델라가 개발한 여객선 ‘P-12 노바(Nova)’가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수상 교통으로 운행됐다. 100% 전기로 움직이는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 빠른 시속 46km에 운행된다. 노바의 출퇴근 이용객인 링겐홀 씨는 “최소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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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키워 국가적으로 수출 저력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아인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트럭 운행을 최종 관리하는 감독관은 지정 경로에서 무려 100km 이상 떨어진 관제실에서 트럭의 비정상적 주행 여부를 파악한다.
아인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을 상용화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로버트 팔크 아인라이드 대표는 “기업이 (글로벌 자본 유치로) 연구·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성장과 확장을 전제로 한 조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의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의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팔크 아인라이드 CEO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 창업 선배들이 VC로 활약하는 ‘벤처 인재 선순환’
CES 2023서 전시된 스웨덴 칸델라 C-8 부스. 출처 FOX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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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스타트업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의 기업공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엔젤 투자자 또는 VC의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아인라이드, 클라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의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 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큐티 벤처의 경우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터 앵글레슨 이큐티 파트너 및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며 “사용자 경험이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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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