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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종종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낳는다. 그러나 렘브란트의 ‘벨사자의 향연’(1636∼1638년·사진)은 그 착각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성경 속 왕의 몰락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시대의 권력자를 향한 냉정한 경고문이기도 하다.
그림 중앙, 황금 망토를 걸치고 거대한 터번 위에 왕관을 쓴 인물은 바빌론의 왕 벨사자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약탈한 신성한 그릇을 술잔 삼아 방탕한 잔치를 벌이고 있다. 탐욕이 신성을 모독하는 순간, 번개 같은 빛과 함께 먹구름 속에서 손이 나타나 벽면에 히브리어를 새긴다. “메네, 메네, 데켈, 우바르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왕은 몸을 돌리다 술잔을 엎지르고, 공포에 휩싸인 신하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선다. 렘브란트는 인물들을 화면 가득 배치해 감상자마저 이 밀실의 공포에 갇힌 목격자로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글자의 배치다. 당시 현자 중 누구도 이 문장을 읽지 못했다. 본래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지만, 그림 속 문장은 위에서 아래로 배열돼 있다. 이를 통해 렘브란트는 권력 곁에서 지혜를 뽐내던 자들이 진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눈먼 존재인지를 꼬집는다. 진실은 늘 눈앞에 존재하지만, 오만에 가려진 눈은 그것을 읽어낼 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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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