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사고’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 경찰 “감기약 등 장기복용 가능성” 작년 택시기사 절반이 65세 이상… 서울 택시사고 83%는 고령 운전자 전문가 “운전 적합성 종합 판단하고, 약물 관련 구체적 규정 만들어야”
● 운전자, 모르핀 검출… 국과수 정밀검사
4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약물운전) 등 혐의로 70대 택시 운전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2일 오후 6시 7분경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를 몰다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다중 추돌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사고 차량은 2022년 9월 등록된 이후 이번 사고 전까지 총 4건의 사고 이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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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40대 여성의 빈소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지인 등에 따르면 숨진 여성은 인근 은행에서 근무했고, 사고 당일 퇴근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격 검사 강화하고 약물 운전 기준 만들어야”
이에 따라 고령 택시 운전사의 자격 관리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차 운전사가 운전에 필요한 인지 및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자격유지 검사’를 실시한다.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합격률이 평균 97.5%에 달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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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촘촘한 기준이 마련돼야 고령 운전자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등급 1개만으로도 통과되는 현재의 기준이 인지 기능 저하를 완벽히 걸러내기엔 부족하다는 것.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운전 능력 평가 외에도 의료진 등 전문가의 진단을 종합해 운전 적합성을 판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운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는 처방 단계에서 약물 복용 후 얼마간 운전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은 향정신성의약품 복용 후 24시간, 호주는 12시간 동안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는 노화로 인해 반응 속도가 저하돼 청년층보다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