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실버바가 진열돼있다. 2025.06.1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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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일부터 은(銀)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공급 부족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새해부터 은과 함께 텅스텐, 안티몬에 대해 2년간 유효한 특별 정부 수출허가제를 시행한다. 중국 정부는 자원 보호와 환경 보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해외 시장으로 공급되는 물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제도는 2000년부터 유지돼 온 수출 쿼터제를 대체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은 훨씬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22~2024년 동안 매년 은을 수출한 실적을 입증해야 하며, 신규 신청 업체의 경우 연간 80톤 이상의 생산 능력과 지속적인 수출 이력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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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은 가격은 이달 초 한때 온스당 8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가 이후 70달러대까지 되돌아왔다. ‘화련선물(Hualian Futures)’의 증커 애널리스트는 지난 일요일 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런던 은 가격과 상하이 은 가격은 각각 누적 175%, 145% 상승했다”고 밝혔다.
자산 중개업체 틱밀(Tickmill)의 조지프 다리에 총괄이사는 “수출 자격이 제한된 기업에 집중되면서 승인 절차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중국 내 은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국 외 지역의 기업과 투자자들의 접근성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요 은 수입국인 미국이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시점과 맞물린다. 은은 태양광, 인공지능(AI), 전기차(EV) 제조에 폭넓게 사용된다. 중국은 은 생산과 정제·가공 능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은을 구리와 함께 핵심 광물 목록에 공식 포함시켰다. 이는 경제와 국가 안보 측면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한 조치다.
중국의 수출 규제 예고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7일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이건 좋지 않다. 은은 많은 산업 공정에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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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는 이번 허가제가 중국의 태양광 및 전기차 산업에 필요한 국내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은 수출이 이미 감소 추세에 있으며,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해외 시장의 공급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하이 은 가격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OMEX) 가격보다 온스당 5~10달러 높은 이른바 ‘상하이 프리미엄’도 이러한 수급 차이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환경이 단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잠재적 관세 정책, 실질 금리 변화, 달러 강세, 글로벌 산업 성장 흐름 등이 은 가격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초상선물의 쉬스웨이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대체 가능성과 무역 정책 변화가 가격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은이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원자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최근의 흐름이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