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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월드컵서 최고 성적 노리는 ‘캡틴’ 손흥민 “새 역사 써보자”

입력 | 2025-12-31 16:25:00


토트넘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을 당시의 손흥민. 2025.8.3/뉴스1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리 이름으로 역사를 써보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4·LA FC)은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동료들을 모아 놓고 이런 말을 했다. 손흥민은 “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꿈의 무대’에 섰을 때 즐거운 생각이 들 수 있게 지금 최선을 다하자”는 말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어느덧 대표팀의 고참이 된 손흥민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싶은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앞선 세 번의 월드컵에서 좌절과 환희를 모두 경험했다. 2014년과 2018년 대회 때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16장 진출의 기쁨을 느꼈다. 손흥민은 올해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에선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한국의 역대 방문 월드컵 최고 성적인 8강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최근 한 대표팀 후원사의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들이 한번 즐겁게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대표팀 선수로서 아직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라고 말했다.

● ‘찰칵 세리머니’로 대기록 자축

손흥민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매 경기 출전하면서 한국을 8강까지 이끌면 값진 개인 기록도 작성하게 된다. 본선 참가국 수가 종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 북중미 월드컵은 조별리그(3경기) 이후 토너먼트가 32강부터 시작돼 8강까지 오르면 6경기를 소화하게 된다. 역대 한국 남자 선수 중 월드컵 경기 출전 횟수 공동 6위(10경기)에 자리해 있는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에서 8강까지 모든 경기에 나서면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7)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16회)가 된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각각 1골과 2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두 대회에서 번번이 굵은 눈물을 흘려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한국 공격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눈 주위 뼈 골절로 안면보호대(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선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으나 득점엔 실패했다. 그래서 2020년부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찰칵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안정환(50), 박지성(45·이상 은퇴)과 역대 한국 남자 선수 월드컵 통산 득점 공동 1위(3골)를 기록 중인 손흥민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 골 이상을 넣으면 ‘좋은 기억을 사진처럼 찍어 놓는다’는 의미의 찰칵 세리머니로 단독 1위 등극을 자축할 수 있다. 손흥민이 ‘찰칵’거리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한국 대표팀의 성적도 좋아진다.

● 더 이상 아픔은 없다

손흥민은 지난 8월 10년간 몸담았던 토트넘(잉글랜드)을 떠나 로스앤젤레스(LA) FC(미국)로 이적했다.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2025시즌 도중 LA FC에 합류한 손흥민은 13경기에서 12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북중미 월드컵에 모든 초점을 맞춘 손흥민이 설욕을 노리는 상대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붙는 멕시코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싸우는 멕시코는 A조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다.

한국은 8년 전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졌다. 당시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에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만회 골을 넣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멕시코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패하고도 조 2위로 스웨덴(조 1위)과 함께 16강에 올랐다. 손흥민이 쐐기골을 넣은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어준 덕분이었다. 당시 멕시코 축구팬들은 “고마워. 소니(손흥민의 애칭)” “한국인은 형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손흥민은 최근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팬들에겐 기쁜 일이었지만, 우리에겐 아픈 기억”이라고 했다.

● ‘홍명보호’에서 꿈꾸는 해피엔딩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를 마친 뒤 눈시울이 붉어진 대표팀 막내 손흥민을 품에 안고 다독인 사람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당시 성적 부진(1무 2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홍 감독은 2024년 7월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손흥민은 자신의 첫 월드컵과 스스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월드컵을 모두 홍 감독과 함께 치르게 됐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선수와 사령탑으로 큰 변화를 겪은 손흥민과 홍 감독이 이번엔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세계적 공격수로 성장했고, 홍 감독은 2020년 한국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의 지휘봉을 잡고 리그 2연패를 달성하며 재기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선수였던 손흥민이 그때 우리가 바란 모습 그대로 성장했다. 팀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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