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70대 ‘저장 강박’으로 쓰레기 쌓아둬 공동주택 불났는데 구조대 진입 못해 사망
30일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 불에 탄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화재 진압 과정에 쓰레기를 집 밖으로 옮기면서 만들어진 쓰레기 더미다. 뉴스1
울산에서 아파트 화재로 숨진 70대 노인이 베트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였던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은 생전 집 안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두는 ‘저장 강박’ 증세를 보였는데, 이것이 화재 진압과 구조를 방해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30일 울산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6시 56분경 남구 달동의 한 공동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70대 A 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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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의 집 내부에는 성인 남성 키 높이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이 쓰레기 더미가 구조대원의 진입을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인력 104명과 장비 30대를 투입해 쓰레기를 치우고 화재를 진압했다. A 씨는 거실 안쪽 쓰레기 더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 씨는 20년 가까이 홀로 지내온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로 확인됐다. 이웃 주민들은 그가 수년 전부터 비닐봉지에 각종 쓰레기를 담아오는 등 심각한 ‘저장 강박’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울산 남구청과 행정복지센터 측은 이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해 정리를 권유했으나, A 씨가 강하게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강제 개입 근거 마련해야”…제도적 보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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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이 28일 울산 남구 달동의 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불을 진압하고 있다. 뉴스1
저장 강박 가구는 이웃과의 교류를 끊고 고립된 경우가 많아 집 안 상황을 파악하기가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강제 개입이 가능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저장 강박은 정신적 문제와 얽혀 있어 심리적 방어기제가 크다. 관리사가 방문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웃의 안전과 삶의 질도 중요하기 때문에 법이 강화된다면 강제적 치료나 개입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