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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과 2026년[임용한의 전쟁사]〈397〉

입력 | 2025-12-29 23:09:00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되지 않는 진실이다. 21세기에 들어선 뒤 20세기의 행적이 되풀이되는 듯한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다행히 1차 세계대전 같은 재앙은 피했지만, 2차 세계대전 전에 벌어졌던 여러 상황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해져 가고 있다.

문득 1926년에 벌어졌던 세계적 사건들을 돌아보았다. 독일에선 1923년 ‘뮌헨 폭동’의 실패에서 재기한 히틀러가 ‘나의 투쟁’을 출간하며 정치적 위상을 급속히 높이고 있었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는 권력의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

1924년에 집권한 소련의 스탈린은 당을 장악했고, 본격적인 소련 체제 건설과 대숙청 준비에 착수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사에 길이 남을 대규모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졌다. 미국은 행복했다. 전에 없던 독보적인 경제성장을 누렸으며 주식시장은 폭발했다. 행복에 겨운 한 해였지만, 경제학자들은 1929년 대공황의 단서가 이때 시작됐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장제스가 북벌을 시작했다. 조선에서는 마지막 국왕 순종이 사망했다.

20세기의 기준에서 보면 1926년은 평온한 해였다. 하지만 20세기를 뒤흔든 대사건들이 준비되고 있던 해이기도 했다. 세계는 분열하고 부자와 가난한 자, 중간계층 사람들은 제각기 힘을 모으며 공존보다는 이기를 택하던 시기였다. 그 이기심을 기반으로 국가권력은 강화되고, 독재가 준비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타협책을 찾기보다는 열망하거나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세상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은 중산층의 낙원이었으며, 3년 후의 재앙은 꿈도 꾸지 않았다.

우리는 한 해를 희망으로 시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희망이 망상이 돼서도 안 된다. 진실을 마주 보는 용기와 현명한 판단이 진정한 희망을 만들고 결실을 낳는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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