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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근시→시력 손상’ 이어져…정기 안과검진 필수

입력 | 2025-12-28 10:05:32

망막 건강의 위험신호…황반변성 진료받는 젊은 층 증가세
근시성 신생혈관, 망막층간분리, 시신경 뒤틀림 등 뒤따라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멀리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다. 사진은 고도 근시의 정의.(서울대병원 제공)


우리 눈의 ‘고성능 센서’ 역할을 하는 망막은 ‘그물을 이룬 막’이라는 이름처럼 1억 개 이상의 세포가 얽히고설킨 정교한 조직이다. 안구 가장 안쪽을 둘러싸고 있으며 빛을 인지하고 전기신호로 변환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도 근시가 있다면 망막 구조에 변화를 유발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시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그 유병률이 더 높아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황반변성으로 진료받은 20~30대 수년 새 3배 이상 증가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멀리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다. 안경 도수를 나타내는 디옵터(Diopter)로 구분하며 일반적으로 -6디옵터 이상이거나 안구 길이 26㎜ 이상일 때부터 고도 근시로 분류된다.

고도 근시 중 굴절력에만 문제가 있는 환자는 안경이나 렌즈로 시력 교정이 가능하지만 안구가 앞뒤로 심하게 길어진 환자는 망막과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까지 영향받아 병적인 ‘황반병증(시력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풍선을 크게 불수록 표면이 얇아지고 터지기 쉬운 것처럼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경우 망막이 약해지면서 손상이나 노화에 더욱 취약하게 변한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황반변성의 일종이지만 고령층에게 흔히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과는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다르다.

고도 근시로 인한 망막 이상.(서울대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진료받은 20~30대 환자는 2020년 2046명 대비 2024년 624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고 실내 위주의 생활환경 변화로 근시 유병률이 오르고 있다.

고도 근시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에는 △근시성 신생혈관 △망막층간분리 △시신경 뒤틀림 등이 있다. 우선 근시성 신생혈관의 경우 안구가 확장되면서 망막 외측 조직에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작은 혈관들이 새롭게 자라나는 상태다. 출혈이나 삼출물을 발생시켜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 혈관이 퇴행하면 망막 중심부에 큰 위축이 발생하면서 시야 한가운데가 깜깜해지는 중심 암점이 생길 수 있다. 황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며, 안구에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억제제를 주사해 치료한다.

안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세포조직이 따라가지 못하면 망막을 구성하는 세포층들이 분리된다. 이에 따라 시력이 저하되며, 망막 가운데 구멍(황반원공)이 생기고 망막 조직이 떨어질 수 있는 망막박리가 우려된다. 갈라지거나 떨어진 망막 조직을 다시 붙여주는 고난도 수술이 필요하다.

안구 뒤쪽이 늘어나면 시신경 연결 부위(시신경유두)가 변형될 수 있고, 이는 시신경 연결에 문제를 유발해 시야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신경을 보호하고, 시야장애를 예방하는 안압 하강제를 투여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안구길이 검사로 증가 양상 관찰할 필요

고도 근시 황반병증은 주로 40대 이상에서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흔하다. 또한 고도 근시 환자 중 인구 길이 증가 등 구조적 변화가 멈추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사람은 40~50대에 망막과 황반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60~70대에 새롭게 황반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박운철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완치 가능성에 대해 “안타깝게도 안구의 비정상적 확장 자체를 막는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신생혈관, 망막층간분리 등 이차적 합병증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검진을 통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황반변성은 젊은 층에서 드물긴 하지만 근시가 원인이 돼 발생할 수도 있다”며 “최근 근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고도 근시라면 근시성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커지므로 나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고도 근시 환자는 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시력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최소 6개월마다 전문의에게서 망막 단층촬영(OCT) 및 안저 검사를 받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안구 길이 검사를 통해 증가 양상을 관찰하는 게 좋다.

또 갑자기 시야의 한가운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거나 깜깜해지는 중심 시력 저하가 발생할 경우 지체하지 말고, 망막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망막은 약간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만으로 시력과 시기능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삶의 질과 직결되므로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 현장은 “시력 저하, 시야 장애 등의 증상이 있으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며, 먼지나 작은 벌레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 눈앞이 번쩍거리는 광시증 등도 망막 질환의 전조일 수 있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며 “정기 검진으로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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