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5.1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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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7일 전직 보좌관 폭로로 특혜·갑질 논란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향해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고,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나라면 처신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30일경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 연일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정감사 직전 쿠팡 대표와 70만 원짜리 호텔 오찬 △대한항공 160만 원 호텔 숙박권 수수 △가족의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요구 △아내의 동작구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국정원 다니는 아들 업무를 보좌진에게 떠넘겼다는 ‘아빠 찬스’ 의혹 등 최근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제기된 각종 의혹을 거론했다.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상임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에서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으로부터 160만 원 상당의 서귀포 칼 호텔 숙박권을 받아 가족들과 이용했고, 2023년에는 김 원내대표 가족의 베트남 방문 전 김 원내대표 측 보좌진과 대한항공 관계자가 의전을 논의하는 문자 대화 등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2025.12.26/뉴스1
박 수석대변인은 “의혹의 본질은 외면하면서 등 떠밀리 듯 SNS상에 사과문만 게시했을 뿐, 공개 사과와 거취 표명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자신이 폭로전의 피해자인 것처럼 ‘남 탓’, ‘보좌진 탓’으로 사안을 진흙탕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당 원내사령탑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책임 있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스스로 내세워 온 도덕성과 공정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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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내대표는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해 페이스북과 입장문 등을 통해 적극 해명해왔다. 쿠팡 70만 원짜리 호텔 오찬 의혹에는 “3만8000원짜리 파스타를 주문했다”며 쿠팡 측과의 만남에 대해 떳떳하다고 밝혔다. 16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 초대권을 대한항공이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유불문 적절하지 못했다”면서도 “확인 결과, 2025년 현재 판매가는 조식 2인 포함해 1일 30만 원대 초중반”이라고 했다. 또 대한항공으로부터 ‘가족 의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는 “편의를 제공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5.12.23/뉴스1
김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보자로 추정되는 전직 보좌진들이 대화방에서 자신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부인을 향해 “이빨을 다 깨고 싶다”고 대화한 내용을 25일 공개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에 전직 보좌진들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대화는 김 원내대표 부인이 막내 보좌직원의 계정을 동의 없이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해 취득한 것”이라며 추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보좌진들은 이미 김 원내대표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양측의 폭로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김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정청래 대표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같은 날 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김 원내대표에 대해 “저라면 당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처신에 대해 깊게 고민할 것”이라며 “당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