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향토방위대 채용에 8000명이 몰려 활주로 바닥에서 시험을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당 1만 원의 비정규직에 석사 등 고학력자가 대거 응시하며 인도의 심각한 취업난과 정부의 고용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ND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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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로 오와 열을 맞춰 앉은 청년들이 바닥에 놓인 시험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14억 인구로 세계 1위에 올라선 인도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비정규직 보조 업무를 뽑는 자리에 8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활주로에서 시험을 치르는 영상이 화제다.
22일(현지 시각)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오디샤주 삼발푸르에서 향토 방위대(홈가드) 대원을 뽑는 필기시험이 비행기 활주로 한복판에서 열렸다. 187명을 모집하는 공고에 8000명 이상이 지원하자,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없던 당국이 내놓은 고육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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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들이 노리는 향토 방위대(홈가드)는 정식 경찰이 아닌 비정규직 보조 인력이다. 하루 수당은 639루피, 우리 돈으로 약 1만 원 수준이다.
채용 공고의 학력 제한은 고등학교 졸업 수준이었지만, 경영학 석사(MBA)나 컴퓨터 응용학 석사(MCA)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들이 대거 응시했다. 석사 학위를 딴 엘리트 청년들이 일당 1만 원을 벌기 위해 활주로 바닥에 앉은 것이다.
시험 당일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응시생들은 시험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6시부터 활주로에 모였고, 오전 9시가 되어서야 문제지를 받았다. 게다가 이들은 책상 하나 없는 야외 활주로에서 1시간 동안 허리를 굽힌 채 시험에 매달려야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감시용 드론까지 띄우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 “이게 경제 성장 성적표” 야권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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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민당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25년 9월 14일 일요일, 인도 구와하티 북쪽 망갈도이에서 열린 대중 집회 중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TMC 측은 “이것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통치하는 오디샤주의 잔혹한 현실”이라며 “석사 학위를 손에 쥐고도 갈 곳이 없어 활주로 바닥에 줄을 서야 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바로 정부가 자랑하던 경제 성장의 성적표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