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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H-1B 비자 무작위 추첨 폐지… 고임금 근로자 우선 선발로 전환

입력 | 2025-12-25 01:40:00

새 운영안, 내년 2월 27일 발효
美국토부 “고숙련 신청자에 가중치”
저임금-저숙련 외국인 유입 규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5.09.18.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 ‘H-1B’ 운영을 기존 무작위 추첨에서 고임금 근로자 우선 선발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23일 밝혔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H-1B 비자를 고숙련·고임금 외국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며 “숙련도와 임금 수준이 높은 신청자에게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공개했다. 또 무작위 추첨으로 저임금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 미국 근로자의 임금, 근로 조건 및 취업 기회가 위협받고 경제에도 좋지 않은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운영안은 29일 연방 관보에 게재된 뒤 내년 2월 27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임금이 낮은 1단계 근로자에 포함되면 일종의 ‘추첨풀(selection pool)’에 이름이 한 번 등록된다. 반면 임금이 높은 4단계 근로자는 추첨풀에 이름이 4번 등록되는 것이다. 결국 4단계의 고임금 근로자가 뽑힐 확률이 4배 높아진다는 의미다. 미 이민 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1단계 근로자가 비자를 받을 확률은 15%인 반면, 4단계 근로자는 61%로 높아졌다.

1990년 도입된 ‘H-1B’ 비자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의학,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고급 외국 인력을 확보하는 게 목적인 제도다. 연 6만5000건이 발급된다. 이와 별도로 미국 내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도 2만 건이 배정돼 매년 총 8만5000명이 수혜를 입는다.

이를 통해 미국 주요 기업은 전 세계의 인재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었다. 미국 이민 당국에 따르면 H-1B 비자 신청을 가장 많이 후원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뒤를 잇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H-1B 비자로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이 유입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올 9월 H-1B 발급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약 15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로 100배 올렸다. 미 상공회의소 등이 “H-1B 신청 수수료 인상은 연방 이민법과 충돌한다”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23일 기각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줄곧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3일 H-1B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검토 요건을 확대하겠다며 신청자는 물론 동반 가족에게도 “모든 소셜미디어 프로필의 신상정보 설정을 ‘공개’로 하라”고 요구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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