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 조각에 담긴 76년, 지역과 시간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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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원도심 골목을 걷다 보면, 유난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번쩍이는 간판도, 요란한 홍보 문구도 없지만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빵 냄새만으로도 이곳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코롬방제과점은 그렇게 목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빵집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부모 손을 잡고 찾았던 기억의 장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여행 중 우연히 들렀다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공간이다. 이 빵집 앞에 서면, ‘유명하다’는 말보다 먼저 ‘익숙하다’는 감정이 든다.
이 익숙함의 배경에는 시간이 있다. 코롬방제과점은 1949년 문을 연 이후 같은 자리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빵을 구워왔다. 상권이 바뀌고, 유행이 몇 차례나 교체되는 동안에도 이곳은 급격한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더 빠른 확장이나 화려한 리뉴얼 대신, 매일 같은 시간 오븐을 예열하고 같은 기준으로 빵을 굽는 일을 반복해 왔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오래되었다’는 설명보다 ‘믿을 수 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그래서 코롬방제과점의 빵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다.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고, 몇 번을 먹어도 부담이 없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았을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맛은 자연스럽게 기억을 불러온다. 전국 5대 빵집이라는 이름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명성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빵을 만들며 쌓아온 신뢰가 자연스럽게 붙은 결과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단골과 처음 방문한 여행객이 같은 빵을 고르며 한 공간에 서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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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진 이후에도 코롬방제과점의 시선은 가게 밖으로 향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업체로 선정되어 목포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복지시설과 소외계층을 위한 빵 나눔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특별히 드러내거나 과시하지는 않지만, 이 빵집은 늘 지역과 함께 움직여 왔다. 빵을 매개로 이어진 이런 관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신뢰로 쌓여왔다.
이 빵집을 설명하는 가장 어울리는 말은 ‘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온 곳’일 것이다. 유행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빠른 성과보다 오래 남는 신뢰를 택해온 시간. 코롬방제과점은 오늘도 이른 아침 오븐을 달구며 하루를 시작한다. 빵 한 조각에 담긴 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목포라는 도시와 함께 흘러온 76년의 시간이다. 그래서 이곳의 빵은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 도시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