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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산불’에 고립된 해안 주민 61명 극적 구조

입력 | 2025-12-23 04:30:00

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14회 ‘영예로운 제복賞’ 수상자 선정
大賞 강병모 울진해양경찰서 경장




경북 울진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 강병모 경장이 17일 구조복을 착용한 채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울진해양경찰서 제공

제14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강병모 경북 울진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 경장(33·사진)이 선정됐다. 강 경장은 2020년 임관한 뒤 인명 구조 및 사고 예방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임관 초기부터 해상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선박 좌초 사고 현장에 투입돼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바다에 빠진 선원 다수를 구해냈다. 올해 3월엔 경북 대형 산불이 영덕 해안마을까지 번졌을 때 동료들과 함께 고립된 주민 61명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거센 화염이 방사포처럼 방파제까지 휘몰아치고 짙은 연기가 눈앞을 가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강 경장은 주저하지 않고 주민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거동이 불편해 위기에 처한 주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주민을 보니 판단도, 계산도 세울 것 없이 몸부터 반응했다”며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불 덮친 깜깜한 밤, 집집마다 문두드려 주민 대피
[제14회 ‘영예로운 제복賞’ 수상자]
영예로운 제복상 大賞 울진해경 강병모 경장

앞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달려오고 뒤로는 칠흑 같은 밤바다가 펼쳐진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3월 25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오후 11시경 약 50km 떨어진 영덕군의 해안마을 경정3리까지 집어삼키기 직전이었다.

신고를 받은 강병모 경장 등 해경 구조대원 7명은 특수장비차량을 타고 마을로 향했지만, 도로까지 번진 화염 탓에 앞길이 막혔다. 차량 내부까지 열기가 가득 차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구조대는 즉시 해상 접근으로 구조 작전을 전환했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데다 짙은 연기로 가시거리가 3m에 불과했지만 구조대는 소형 구조정을 타고 방파제로 접근해 주민 33명의 해상 탈출을 도왔다.

구조팀 중 막내였던 강 경장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마을을 향했다.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지 못한 고령의 어르신들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강 경장은 동료들과 함께 주민 차량 등을 이용해 마을 곳곳의 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고립된 이들을 찾았다. 실제로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사투를 벌이던 노인들과 귀중품을 챙기느라 대피 시기를 놓친 주민들이 속속 발견됐고, 구조대는 산불의 열기를 뚫고 28명을 추가로 구해냈다.

강 경장은 “극한의 재난 속에서도 한마음으로 움직인 동료 대원들과 용감한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영광을 그분들께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난 대응 경험을 발판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더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국민 위한 헌신-봉사’ 수상자 명단● 대상(상금 3000만 원)
강병모 경장(동해지방해양경찰청 울진해양경찰서)

● 영예로운 제복상(상금 각 2000만 원)
사공동 중령(해군 특수전전단)
배영우 상사(육군본부 비서실)
최기훈 경위(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김부진 경감(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
이주희 소방경(소방청 보건안전담당관)
최근석 경감(동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과)

● 위민경찰관상(상금 1000만 원)
김정주 경사(경기북부경찰청 의정부경찰서)

● 위민소방관상(상금 각 1000만 원)
故 이상영 소방위(부산소방재난본부 기장소방서)
김현규 소방장(경기소방재난본부 송탄소방서)

● 위민해양경찰관상(상금 1000만 원)
문강혁 경장(중부지방해양경찰청 평택해양경찰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14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해양경찰 여러분의 노고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각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 11명을 선정했습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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