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위스님 잔치국수와 종편 시금치 국수 비교사진. (정위스님의 채소한끼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브 채널 ‘정위스님의 채소한끼’ 측은 채널 게시판을 통해 “지난 7일 모 종편 채널에서 정위스님의 잔치국수와 똑같은 요리가 방송되었다”며 “국물에 통감자를 반갈라 넣고, 구기자 가루로 간하고, 시금치를 생으로 얹어 뜨거운 국물을 끼얹는 등 정위스님의 독창적인 방식과 똑같았고 ‘더보기’ 속 레시피 재료와 양까지 동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 년 정위스님의 채식 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요리가 한순간에 연예인의 요리로 탈바꿈된 걸 보니 너무나 황당하고 정위스님께도 몹시 죄송스러웠다”며 “정위스님의 요리를 따라하거나 출처를 밝히고 공유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고 환영하지만, 출처 없이 요리를 무단 도용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광고 로드중
● 종편 시금치 국수, 정위스님 잔치국수 레시피와 일치해
정위스님의 잔치국수는 물 2ℓ에 다시마 3장과 마른 표고버섯 6개를 넣고, 국간장 4큰술, 진간장 1큰술, 소금 ½큰술을 넣어 끓인다. 또 구기자 가루 1작은술을 넣고, 통감자를 반으로 갈라 함께 익힌 후 연한 시금치나 쑥갓, 상추 등에 뜨거운 채수를 부어 김가루를 뿌려 먹는 것이다.
논란의 방송에서 소개한 연예인의 ‘시금치 국수’ 또한 물 2ℓ에 다시마, 표고버섯, 국간장부터 구기자가루까지 똑같은 양이 들어갔다. 감자를 반으로 썰어 익히는 것과 제철 시금치를 생으로 넣는 부분도 일치했다.
시청자들은 “레시피가 너무 똑같다. 제작진이 해명을 해야한다”, “레시피 도용 아니냐”, “연예인 레시피라고 가로채기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명을 요구했다.
광고 로드중
이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정위스님과 시청자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7일 방송된 ‘시금치 국수’ 편은 시금치를 나물이나 국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먹는 방법에 대해 의논하다가 최근 다양한 채식 레시피가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는 점에 착안해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건, 사찰음식 등 다양한 레시피를 테스트하던 중 멸치를 쓰지 않고 구기자 가루로 깊은 맛을 내는 레시피를 SNS와 AI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위스님의 유튜브에 소개된 메뉴라는 부분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좀 더 면밀히 자료를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다. 변명의 여지 없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정위스님을 직접 찾아 뵙고 경위를 설명드리고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스님께서 저희가 소개한 레시피 중 시금치는 데쳐서 넣은 게 더 좋다는 의견 등 따뜻한 조언도 해주셨다”며 “앞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함에 있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