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원하는 차종과 색상을 고르고 내가 추가하고 싶은 여러 기능을 선택했다. 이전에 타던 중고차들은 취향보다는 예산에 맞추다 보니 차종은 물론이고 색깔도 선택할 수 없었고, 연식도 오래된 차라 그런지 별로 애착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구입한 차는 탈 때마다 기분이 좋을 뿐만 아니라, 요즘 차에는 정말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알려주고 있다. 물론 내 형편에 맞춰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최고 사양의 차는 아니지만 휴대전화로 원격조종을 하거나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신기한 기능을 탐색해 보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새 차를 타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다가도 문득 이 차도 언젠가는, 아니 어쩌면 금세 촌스럽고 기능이 뒤처진 차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도 기술도 유행도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눈 깜빡할 새에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차가 나올 것이고, 디자인 역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방 바뀌는 유행처럼 이 차에 대한 내 애정도 빠르게 식어 버리고, 오래도록 잘 타 보자고 큰돈을 들인 내 마음도 어느 틈엔가 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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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하지만 새해를 시작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목표를 세우고 각오를 다지던 때의 그 마음은 까맣게 잊고, 이미 지나가 버린 묵은 다짐과 목표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면서 오로지 다가올 새해에만 집중해 또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만큼은 다가올 2026년 새해보다 2025년 새해를 시작하던 때의 나에게 집중해 보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시작했는지, 어떤 야심 찬 목표들을 세웠고 또 어떤 일들이 내게 일어나기를 기대했었는지 떠올려 본다. 그 생각과 목표들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기에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마음과 설렘을 간직한다면 지나간 것들도 여전히 내게 소중하게 남을 수 있다. 다가올 설렘도 중요하지만, 지나가 버린 설렘도 놓치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은 의미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