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화보를 만들어 팔면서 소속 모델들을 성폭행하거나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전직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판결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계약·고용 관계에서 발생하는 종속 구조가 피해자의 거부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사법부가 명확히 인정한 사례로 해석된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허위 고소한 공범 역시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 A 씨, 소속사 모델과 성관계, 강제추행…B 씨는 A 씨 범행 무마 위해 허위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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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착취물 제작과 무고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공범 B 씨에게는 징역 1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3년간 취업 제한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경기 부천시 일대 숙박업소 등에서 제작사 소속 모델 5명과 성관계를 맺고, 다른 모델 6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A 씨는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촬영·계약·향후 활동과 관련된 영향력을 행사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2023년 1월 ‘성인 화보 테스트’를 명목으로 제작된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11개를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A 씨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상대로 허위 고소를 진행하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추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 씨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들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돼 신빙성을 얻고 있다”며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고소하기까지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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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B 씨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A 씨에 대해서만 피해를 주장하는 점을 알고도 지시에 따라 이들을 고소하고, SNS 활동을 추적했다”며 “또 수사 과정에서 A 씨를 도와 휴대전화를 은닉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제작한 아동 성 착취물을 향후 활용 목적으로 회사 컴퓨터에 보관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의 권력 불균형과 계약 구조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작자와 출연자 간 지위 격차가 큰 환경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