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지지율 36%, 1·2기 통틀어 최저 “경제 붐 올 것” 자화자찬 대국민 연설 알고보니 투자 유치액 2배로 뻥튀기 휘발유 가격도 낮춰 말해 고물가 은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CNN-뉴스18 유튜브 캡처) 2025.11.5./뉴스1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이 기존 연설의 재탕이며 고물가 등 경제난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부각되자 초조한 마음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같은 날 PBS방송, 마리스트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다’는 답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의제로는 ‘물가’(45%), ‘집값’(18%) 등이 꼽혔다.
● “모든 문제는 바이든 탓” …허위 통계 인용했단 비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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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다양한 수치를 들어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계란, 약, 휘발유 등의 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민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관세 및 외국 국가들과 직접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사용한 수치는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국의 올 11월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집권 후 18조 달러(약 2경7000조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집계해 발표한 9조8000억 달러(약 1경47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100%만 인하해도 약값이 ‘0’ 달러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AP통신도 대통령은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50달러(약 3750원)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2.90달러(약 4350원)라고 짚었다. WP는 “이번 연설은 허위 사실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 ‘전사 배당금’ 지급 발표
이날 연설에서 거의 유일한 새로운 내용은 현역 군인에게 일인당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지급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1776년 미국 건국을 기념해 정한 액수라며 “관세 덕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고 이미 여러분께 돈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NYT는 ‘지급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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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 내 장악력 예전보다 약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이크 롤러(뉴욕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롭 브레즈너핸, 라이언 매켄지(이상 펜실베이니아주)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한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 투표와 관련해 “이를 계속하자”는 민주당 쪽 청원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투표 강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며 하원 과반인 218명을 확보하게 됐다. NYT 등은 이 4명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