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수(가명·18세) 아동과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사업을 통해 일상의 안정을 되찾은 뒤, 천수는 음악이라는 꿈을 다시 키워가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던 시기, 천수(가명·18세)의 집에는 웃음보다 침묵이 많았다. 아버지와 분리된 이후에도 어머니의 건강 문제와 생계 부담은 오랜 시간 이어졌고, 모자의 일상은 점점 위축됐다. 천수 역시 학업과 진로를 차분히 고민할 여유를 잃어갔다. 어머니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급급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변화의 계기는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사업이었다. 가정에 긴급한 생활비와 의료비가 지원되고, 천수가 월드비전 후원 아동으로 등록되면서 최소한의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주거 환경이 이전보다 안정됐다. 어머니는 “집이 바뀌면서 가장 달라진 건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당연하지 않았던 일상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천수에게도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겼다. 그는 “집이 넓어졌다는 것보다 내 공간이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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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은 곧 새로운 선택으로 이어졌다. 천수는 월드비전의 지원을 통해 보컬 학원에 등록했다. 노래는 힘든 마음을 정리하는 하나의 통로가 됐다. 어머니는 “공부를 내려놓고 많이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노래하면서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보컬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천수의 일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규칙적인 일정이 생겼고, 연습에 집중하는 시간도 늘었다. 천수는 “누군가 힘들 때 내 노래가 위로됐으면 좋겠다”라며 장래 희망으로 싱어송라이터를 이야기한다. 음악을 계속 배우며 무대에 서는 경험을 쌓고 싶다는 계획과 함께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다. 어머니의 소망은 단순하다. “아이가 자기 꿈을 향해 가는 걸 건강하게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깨어진 가정의 위기 앞에서 멈춰 섰던 가족의 시간은 그렇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안정이 쌓여 선택의 여유가 되고, 그 여유는 다시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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