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정치부 차장
광고 로드중
“국정의 주체인 국민에게 국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국민 중심 국정 운영이라는 게 말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될 수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상 첫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중 공직자들에게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 나는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언제나 믿는 사람”이라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우리가 느낀 것 이상의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생중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 전 과정을 최초로 생중계로 공개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담긴 모두발언만 생중계한 뒤 비공개 회의를 주재했던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불통의 청와대’ 불명예를 벗으려면
광고 로드중
용산에선 한 건물에 대통령, 대통령실 3실장(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부터 행정관, 행정요원까지 함께 근무했다. 기자들도 함께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이 가능했던 구조다. 하지만 당장 청와대로 가면 기자회견장이 있는 춘추관은 비서동인 여민관과도 200∼300m가량 떨어지게 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최대한 빨리 청와대를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폐쇄적인 청와대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일했던 참모들은 “‘수평형 소통’이 어렵다”며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 간 물리적 거리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로 옮기기 전 ‘골든 타임’에 비서동인 여민관1∼3관을 허물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이 합쳐진 건물을 새로 짓거나, 여민관들을 잇는 리모델링 공사라도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집무실과 대통령실 3실장이 한 건물에 모여 업무를 보는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했다. 대통령과 핵심 참모가 함께 일하는 미국 백악관 모델로 청와대의 불통 구조를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절 각기 다른 건물에 3실장실이 있어 물리적 거리만큼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청와대 공간의 투명성 높여야
청와대행과 함께 대통령실 내부 소통을 위한 변화에 나섰지만 국민 소통을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청와대 오욕의 역사, 전임 대통령들의 실패 요인 중 하나가 내부 소통은 물론이고 민심 소통이 막힌 청와대 구조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공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서둘러야 한다. 이 대통령이 늘 강조한 대로 공직자의 1시간은 국민 5200만 시간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지 않은가.
이 대통령은 지론대로 청와대를 생중계한다는 각오로 ‘구중궁궐’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1억 개 눈이 생중계 업무보고를 보고 있다고 했다. 국민주권정부가 강조한 원칙 중 하나가 국민의 알권리 존중, 보다 투명한 국정 운영이다. 다시 청와대로 가는 길에 그 원칙을 엄격하게 들이대야 한다.
광고 로드중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