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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조종석 같은 함교, 첨단 레이더… K방산 미래가 여기에

입력 | 2025-12-16 03:00:00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가보니
6~8명이 수행하던 함정 통제 업무… 2명으로 가능하게 통합체계 개발
반도체 공장 같은 ‘클린룸’ 곳곳에… K2 등 장착 거리측정기도 고도화
“생산역량 30% 이상 높일 수 있을것”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기존에 조타, 통신 등 6∼8명이 나눠 수행해야 했던 함교 업무를 단 두 명이 운용하며 함정을 통제할 수 있다. 하단 화면은 보안상의 이유로 흐리게 처리했다. 한화시스템 제공


12일 방문한 경북 구미시 한화시스템 신사업장. 본관을 포함한 총 5개 건물 중 가장 큰 제조동 건물 3층에 들어서자 비행기 조종석과 비슷하게 생긴 시뮬레이션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한화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항공기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다. 기존에 조타, 통신, 항법 등 6∼8명이 나눠 수행해야 하던 함교 업무를 항공기처럼 단 두 명이 운용할 수 있도록 손이 닿는 곳에 모든 기능과 화면을 모아 놓은 함정 통제 장치다.

시뮬레이터에 앉아 조종간처럼 생긴 조타 장치를 조금씩 움직여 보자 전방을 묘사하는 앞 화면에 배의 위치나 기울기, 방위각 등을 표시하는 정보가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나타났다.

총 8만9000㎡(약 2만7000평) 부지에 전시동(본관), 연구동, 개발시험동, 제조동, MRO동 등 5개 건물이 들어선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에서는 K방산의 ‘눈, 귀, 두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용진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장(상무)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항공기나 함정, 미사일의 레이더 시스템이나 통합 전투체계, 광학감시장비 등은 한화뿐 아니라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K방산 기업 무기 곳곳에 탑재된다”며 “구미사업장 매출의 약 30%가 해외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동에는 반도체 공장을 연상케 하는 ‘무진동 클린룸’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클린룸 면적 합계만 약 1500평이다. 레이더용 반도체 모듈이나 K2 전차의 거리측정기 등 광학 장비 생산을 위해서다. 회사 측은 클린룸을 두고 “진동은 일반 건물의 100분의 1 수준, 먼지는 대형 병원 수술실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생산된 광학 장비 등은 4층의 시험장에서 정밀 테스트를 거친다. 눈으로는 흐릿하다 못해 뿌옇게 보일 정도인 고속도로 너머 산 중턱의 한 건물에 거리 측정기의 줌(zoom)을 당기고 측정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화면에 4620m라는 정보가 표시됐다. 현대로템이 개발·생산하는 차세대 주력전차, K2 전차에 장착되는 이 거리측정기는 K2의 유효사거리보다 5배 더 멀리 있는 표적의 거리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 등에 따르면 K2 전차는 올해 9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된 연합 합동훈련에서 4.5km 거리 너머의 표적을 100% 명중시켜 UAE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층 천궁 체계레이더 조립·시험장에는 무반향시설(전파나 음파가 반사되지 않도록 벽과 천장 전체에 뾰족한 시설을 설치한 공간)이 곳곳에 있었다. 1.5초에 한 바퀴씩 빠르게 회전하는 레이더 아래 관계자들이 모여 장비를 살폈다.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I’의 운용 레이더를 탄도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천궁II’ 레이더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박혁 레이더사업센터장 전무는 “탄도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4∼5 이상으로 비행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만큼 레이더 정밀도와 연산 속도가 크게 높아야 한다”며 “또 한 번에 한 개 목표물만 탐지할 수 있는 수동형위상배열레이더(PESA)를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AESA)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 등도 이곳에서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말 준공한 이 신사업장을 본격 가동해 생산 역량을 3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방산 시장이 향후 10년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지 내 추가 생산시설을 도입하고 자동화 설비도 갖춰 K방산의 장점인 납기 준수와 고품질 생산이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미=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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