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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 못 거르는 채팅앱, 미성년 성착취 방치

입력 | 2025-12-09 03:00:00

‘창원 모텔 살인범’도 카톡 통해 만나
“사실상 미필적 고의, 상시 점검해야”



뉴스1


“오래 연락할 아저씨 구함” “애정결핍 여중딩”.

8일 취재팀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여중생)을 검색하자 이런 제목의 대화방 수십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뒤덮었다. 몸매를 드러낸 여성 사진도 게재돼 있었다. 대화방에 입장할 땐 프로필과 대화명을 익명으로 설정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3일 경남 창원시 모텔에서 중학생 2명을 살해한 아동 성범죄자 표모 씨(26)가 피해 여중생들을 유인한 곳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종결됐지만 제2, 제3의 표 씨가 활보하는 ‘사냥터’는 여전히 성업 중인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8일 10만 회 이상 내려받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10개를 점검한 결과 6개는 ‘조건만남’ 등 부적절한 키워드를 검열조차 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도 ‘용돈’이나 ‘ㅈㄱㅁㄴ’(조건만남) 등 초보적인 변형어로 손쉽게 필터링을 피해 미성년자와 성인 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마저도 같은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대화방을 개설할 때 노골적인 성착취 제목은 제재하지만, 입장 후 대화엔 관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성착취 위협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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