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 연비규제 대폭 완화 美 전기차 비중 큰 현대차 부담 하이브리드 강세 日업체엔 ‘숨통’
얼마 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유산인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CAFE는 제조사가 판매한 전체 차량의 평균 연비를 정부 목표치 이상으로 맞추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기준 미달 시 막대한 벌금이 부과돼 사실상 ‘전기차 강제 할당제’로 불려 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 연비 기준을 갤런당 50.4마일(L당 약 21.3km)에서 34.5마일(L당 약 14.7km)로 31.5% 낮췄습니다.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은 8기통(V8) 엔진 차량과 미 중산층 전통의 패밀리카였던 ‘스테이션왜건’이 부활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광고 로드중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이번 정책 변화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전환 부담 없이 강점인 하이브리드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환경 규제로 고전하던 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들도 규제 완화로 숨통이 트이며 내연기관 라인업 재정비를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바뀐 경쟁 구도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질지를 떠나서 주목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번 규제 완화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정부 지원에서 벗어난 사이, 중국은 ‘2040년 자동차 강국 달성’ 로드맵을 발표하며 신에너지차 비중 85% 이상 달성을 천명했습니다. 전기차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미국의 정책 후퇴가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패권을 앞당기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지도 모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