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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 교수는 세계가 ‘초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존 갤브레이스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가 출간된 1977년 세계가 겪은 석유 파동과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불확실성은 그 40년 뒤인 2017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올해야말로 8년 전의 불확실성을 무색하게 했다. 유일하게 예측이 가능한 일관성이란 그 비일관성, 즉 예측 불가능성이었다.
▷세계에 불확실의 혼돈이 밀려든 올해, 한국 사회가 겪은 격변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변동불거(變動不居)를 가장 많이 꼽은 것도 작년 말 느닷없는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등 쉴 틈 없이 이어진 격동의 한 해를 떠올린 때문일 것이다. 교수신문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불거’는 주역(周易) 해설서인 계사전에 나오는 구절로 변화의 불확실성과 유동성,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을 강조한다. 다만 변화가 아무렇게나 무질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계절의 변화, 경제의 호·불황처럼 단순한 시작과 끝이 아니라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 되는 반복과 순환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차면 기울고 비우면 채워지는 자연의 도리에 따라 세상도 변화한다. 인간은 이런 변화 속 이치를 상기하며 적응해야 한다고 주역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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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격동이 정치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변동불거를 추천한 양일모 서울대 교수는 “대외적으로는 미중 신냉전, 세계 경제의 혼미, 인공지능(AI) 혁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AI와 로봇이 불러올 변화의 속도와 내용, 그 불확실성은 우리를 무섭게 엄습하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과 결별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지 깊은 성찰과 폭넓은 의사소통이 필요한 요즘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