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 2025.7.2.뉴스1
특검은 8일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해당 진술과 관련해 사건번호를 부여했고 향후 수사기관에 이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별건 수사를 해놓고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윤영호 “민주당 정치인에도 수천만 원 금품 전달”
광고 로드중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 씨. 2025.7.30. 뉴스1
민주당의 영남권 중진 의원인 A 의원에겐 2018~2019년 사이에 현금 4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고가 시계를 건넸고, 전직인 B 의원에게는 2020년 3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2명의 의원은 통일교 고위 간부가 한학자 총재에게 직접 보고를 할 때 전달하는 ‘특별보고’ 문건에도 이름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A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B 전 의원은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5일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청탁금지법위반 혐의 공판에서 “2017~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를 포함한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에) 말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현금 외에도 공식적인 정치후원금과 출판 기념회 책 구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통일교 고위 간부들과 지구장 등이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민주당 소속 후보에게 법정 최대 후원 한도인 500만원 씩 후원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2월 무렵 통일교 간부였던 이모 씨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등을 거론하면서 “여권 몇군데에 어프로치(접근)를 했다”고 주장하는 통화녹음도 확보한 바 있다. 윤 전 본부장 부인인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정모 전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 2명과 장관급 인사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연을 만들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포착됐다.
● 법조계 “수사대상 아니라면 즉각 이첩했어야”
광고 로드중
한학자 통일교 총재. 2025.9.22.뉴스1
법조계에선 “김건희 특검은 그동안 김 여사와 관련 없는 ‘별건 수사’를 많이 진행해왔다”며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의혹만 수사할 수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혹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나 ‘IMS 모빌리티의 특혜성 투자 의혹’ 등 김 여사와 직접 연관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수사한 뒤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곧바로 공소시효 만료 문제를 고려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를 처벌할 수 있는 시한인 공소시효는 7년이다.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일부 범죄는 특검 수사 기간이 만료되는 올 12월 말 이후엔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한 법조인은 “수사를 뭉갤 의도가 아니었다면 경찰 등 다른 기관으로 사건을 넘겼어야 한다”고 했다.
● 국민의힘 “하청특검 처벌해야” 총공세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2025.7.21. 뉴스1
광고 로드중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시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통일교와의 조직적 결탁, 이런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당 차원의 윤리감찰단 진상조사나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