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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디젤의 선물… 친환경 바이오 엔진[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입력 | 2025-12-06 01:40:00

◇루돌프 디젤 미스터리/더글러스 브런트 지음·이승훈 옮김/424쪽·2만3000원·세종서적




12월 캐럴이 들려오면 디젤 엔진이 생각난다. 산타클로스가 타고 다니는 썰매를 끄는 순록의 이름이 루돌프인데, 디젤 엔진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루돌프 디젤이기 때문이다. 순록 말고, 이름이 루돌프인 사람 중에서는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디젤이지 싶다.

19세기 말 휘발유로 작동하는 엔진이 개발된 걸 보고, 루돌프 디젤은 생산량이 많지 않은 휘발유뿐만 아니라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온갖 기름을 넣어도 돌아갈 수 있는 엔진을 개발했다. 그래서 디젤 엔진은 설계에 따라 경유에서 중유에 이르는 다양한 기름으로 돌릴 수 있다. 설계만 잘하면 정말로 식용유를 넣어서 디젤 엔진을 가동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특징을 이용한 21세기의 인기 제품이 바이오 디젤이다. 바이오 디젤은 식물에서 짠 기름을 가공해서 보통의 디젤 자동차 엔진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은 연료를 말한다. 식용유의 일종인 카놀라유를 사용해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사례가 가장 흔하거니와, 버리는 폐식용유를 모아서 바이오 디젤을 만들 수도 있다. 바이오 디젤은 농사를 지어서 만드니 땅속에서 캐내서 사용하는 석유와 달리 바닥 나는 일 없이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고, 식물의 광합성을 이용해 탄생한 것이라 이산화탄소 배출도 더 적다. 그래서 흔히 환경에 좋은 연료라는 평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환경 보호 기술에서 진작에 앞서 있었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바이오 디젤을 특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을 위해 바이오 디젤을 많이 쓰라는 제도를 만들면 유럽의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회사들을 당국에서 도울 수도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정유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석유를 정제해서 만든 휘발유, 등유 같은 기름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한다. 유럽 국가에서 석유 대신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라는 제도를 강화할수록 유럽 사람들은 한국에서 수출한 석유 제품 대신 유럽에서 만든 바이오 디젤을 애용하게 된다.

선진국의 환경 당국은 자국 기업과 손발을 맞춰 가며 산업 발전을 위해 환경 보호 문제를 활용할 때가 매우 많다. 환경 보호라고 하면 기업과 대립하는 일로 받아들이거나, 산업을 억압해야만 가능하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많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요즘 중국이 농업 생산력과 발달한 화학 기술을 이용해 유럽에 바이오 디젤을 판매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데, 그러자 유럽에서는 중국 바이오 디젤의 침투를 방어하기 위해 다시 정책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환경 당국이 산업계를 이해하며 환경 보호 방안을 찾으면서 경제 발전 방법도 찾으려는 노력이 한국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루돌프 디젤 미스터리’는 루돌프 디젤의 일대기와 수수께끼 같은 최후를 넉넉한 자료와 함께 충실히 소개해 놓은 책이다. 특히 디젤 엔진이 출현하고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 시대의 산업 변화, 경제 변화, 정치, 전쟁의 움직임까지 다양한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를 느긋하게 같이 설명했다. 긴 겨울밤 여가 시간에 진득하니 다양한 재미난 사연과 함께 읽기에 좋다. 특히 요즘의 바이오 디젤 문제처럼 과학자의 발명 하나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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