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끝나지 않은 그림자] 〈1〉 드러난 진실과 남은 퍼즐 “尹, 작년 총선 참패뒤 軍인사 만나… 한달 한두번꼴 비상대권 언급” 노상원이 정보사 요원 극비 선별 김용현, 나흘 앞두고 포고령 작성
지난해 3월 말 전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리에 모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안보 부처 관계자 4명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면 대통령이 전시·사변 상황에서 발동하는 계엄 등 비상대권 조치를 발동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약 8개월 전이었다.
● “尹, 2022년 말부터 ‘비상대권’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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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2대 총선 참패 뒤에는 한 달에 한두 번꼴로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을 만나 식사하며 비상대권 조치를 거론했다. 수위도 계속 높아져 갔다.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만찬에 참석했던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최근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호명하면서 ‘내 앞에 잡아와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 “軍→경찰→총리·국무위원 순서로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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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계엄 선포 계획은 군, 경찰, 국무위원(장관) 순서로 통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선포 계획은 병력을 동원해야 하는 국군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3사령관에게 계엄 2∼3일 전부터 차례로 전달됐다.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오후 7시 20분경 직접 계획을 알리고 봉쇄 대상을 지시했다.
경찰은 계엄 선포 21분 뒤인 오후 10시 48분경부터 경찰 1963명을 국회 주변에 배치하며 출입을 통제했고, 군 병력 314명도 국회로 진입했다. 정보사령부는 계엄 선포 3분 뒤인 오후 10시 30분부터 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로 진입해 전산실을 폐쇄한 뒤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국회와 선관위, 선거연수원, 민주당사 등에 투입된 인원은 경찰 최소 3790명과 일부 실탄을 소지한 군 병력 최소 160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 “尹, 직접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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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3분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결의했지만 3시간 20여 분간 계엄 해제를 선포하지 않았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청사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 지하의 결심지원실로 가서 김 전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과 30여 분간 회의를 했다. 이후 한 전 총리가 4일 오전 2시 6분경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했고, 오전 4시 27분경 열린 국무회의에서야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