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맞이하는 루비오 장관(왼쪽)과 밴스 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최근 제안한 28개 항목의 평화안은 작성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외교라인 간 경쟁이 드러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평화안 작성에 사실상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J D 밴스 부통령과의 경쟁설이 재점화되는 한편, 평화안이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일부러 기다린 전략적 인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루비오가 밀렸다” 추측
로이터통신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제러드 쿠슈너가 평화안 작성을 주도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당시엔 루비오 장관의 관여 정도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음날 블룸버그통신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보고 직전까지 상황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전하자 밴스 부통령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댄 드리스컬 미 육군 장관이 평화안 합의에 투입되며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렸다. 외교 경력이 전무한 드리스컬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 등장한 배경에 밴스 부통령과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드리스컬 장관은 밴스 부통령의 예일대 로스쿨 친구로 지난해 대선 유세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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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윗코프 특사와 루비오 장관(왼쪽 두번째부터)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나 평화안을 두고 협상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양측은 2028년 대선에 대한 공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29일 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루비오 장관에 대해 “행정부 내 ‘베스트 프렌드’(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밝혔다. 둘은 젊은 상원의원 출신이자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으로 유대감을 쌓았다고 한다.
● 루비오의 전략적 인내?
반면 루비오 장관의 손바닥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루비오가 윗코프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린 뒤,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 회의적인 시각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2011~2025년 상원의원 시절 대중, 대러 강경파로 꼽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갱스터’ ‘폭력배’라고 불렀고,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상원 인준 과정에서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후보자가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칭하길 거부하자 몰아세웠다.
지난달 8일 백악관 행사 도중 루비오 장관(왼쪽)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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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