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원조 퀸’ 이미래 부활샷 PBA투어 1731일만에 정상 환호… ‘오징어 게임’하듯 목숨 걸고 승부 “성적 나빠도 응원 팬들 덕분 버텨”… 8차투어 오늘 개막, 연속 우승 도전
프로당구(PBA) ‘원조 퀸’ 이미래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샷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미래는 10일 끝난 2025∼2026시즌 PBA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대회 여자부 정상에 서며 1731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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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어요.”
다시 설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정상에 오른 순간 프로당구(PBA) ‘원조 퀸’ 이미래(29·하이원리조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최근 만난 이미래는 1731일(4년 8개월 28일) 만에 우승을 확정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래는 10일 끝난 2025∼2026시즌 PBA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여자부(LPBA) 결승에서 이우경(28·에스와이)을 4-3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미래가 대회 우승 이후 트로피 앞에 선 모습. 프로당구협회(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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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초반에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이미래는 2025∼2026시즌 1∼3차 투어에서 모두 본선 첫판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이미래는 “비시즌 기간 준비를 잘해서 자신감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시작했다. 그런데 세 대회 연속으로 64강에서 탈락하니 좌절감이 컸다”며 “3차 투어가 끝나자 ‘우승해도 기쁠까’ 하는 체념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미래가 다시 실마리를 찾은 건 ‘차세대 스타’ 정수빈(26·NH농협카드)과 맞붙은 7차 투어 8강 경기였다. 이미래는 이 경기에서 1, 2세트를 내주며 또 탈락 위기에 몰렸다. 당시 “(정)수빈이가 현재 애버리지 부문 3위(1.025)에 있을 만큼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걸 안다. 3세트를 앞두고는 목숨줄 내놓고 하는 ‘오징어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던 이미래는 3∼5세트를 모두 이기고 ‘역스윕’에 성공하며 4강에 올랐다. 이미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결승도 어려웠지만, 이날 경기는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기”라고 말했다.
반면 당구는 하기 싫은 숙제에 가까웠다. 당구 마니아였던 아버지를 따라 처음 큐를 잡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당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학업과 당구를 병행하는 생활이 힘들어 밤마다 울기도 했다. 이미래는 “사실 어릴 땐 당구가 미웠다”며 “그때 느꼈던 당구에 대한 반발심이 오래가더라. 내 인생에 당구를 향한 ‘운명적인 사랑’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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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래는 29일 막을 올리는 8차 투어 대회 하림 챔피언십에서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도전한다. 이미래는 “아직 슬럼프가 끝났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게임 한 게임 승리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조영우 기자 j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