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융합대학,미래 인재를 디자인하다]
김홍기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협의회 회장·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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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 주기가 3∼6개월 단위로 짧아지는 시대다. 산업계는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요구하지만 대학 교육과정은 여전히 3∼5년 주기로 움직인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한국은 AI,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같은 국가 전략 산업에서 인재가 부족해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대학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대학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체제 자체가 시대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구조적 현실에 있다.
실제 통계가 이를 명확히 보여 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AI와 데이터 직무군의 미(未)충원율은 40%를 넘고 기업의 70% 이상이 신입 인력의 실전 역량 부족을 호소한다. 그러나 AI 시대 핵심 자원은 강의실이 아니다. 고성능 컴퓨팅, 대규모 데이터, 실증 환경, 문제 정의 기반 프로젝트 같은 자원이 AI 인재 양성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학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거나 확보하기 어려운 고난도, 고비용 인프라다. 확보한다고 해도 지속가능성이 낮다.
결국 우리나라가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단위를 넘어서는 국가 단위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대학 중심 교육 체제에서 국가 단위 인재 플랫폼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재능 연계 플랫폼(Connected Talent Platform)’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전국 대학을 하나의 학습, 산업, 연구 생태계로 묶어 학생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국가 단위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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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지능형 인재 거버넌스다. 현재처럼 산업계와 대학이 분리된 채 정책과 교육과정 개편이 몇 년 단위로 지연되는 구조로는 산업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산업계서 발산하는 신호를 실시간 반영하고 대학이 즉시 교육을 조정하며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 플랫폼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또 국가 전략 인재(COSS)와 지역 혁신 인재(RISE)를 기능적으로 분리하되 병렬 및 연동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 COSS가 국가 전략 산업의 ‘척추’를 담당한다면 RISE는 지역 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강화하는 구조다. 두 체계는 통합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해 상위 메타 구조로 기능할 때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AI 교육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한다. 강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학습 플랫폼 중심으로, 교수 주도에서 AI 기반 학습 동반자, 자동 평가, 스킬 매핑 기반 성취 체계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AI 시대 문해력, 탐구력, 문제 정의 능력을 국가 교육 표준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AI 인재 경쟁은 이미 대학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Connected Talent Platform을 제도화해 개별 대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국가 단위 인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에 한국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시급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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