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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AI 부정행위 파문…대자보 “정직한 학생 노력 휴지조각 취급”

입력 | 2025-11-27 00:42:48

중간고사 전면 무효·GPT 5% 기준에 반발 대자보 붙어
“정직한 학생 노력 휴지조각…불완전한 도구로 절대적 잣대”



ⓒ뉴시스


서울 주요 대학에서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가 연달아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학교가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하고 인공지능(AI) 표절률 기준을 강화한 조치를 둘러싸고 학생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내에는 교수진을 비판하는 대자보까지 게시됐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정보대학 건물에는 최근 ‘명문사학 고령사회연구원 교수진의 총체적 무능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작성자인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19학번 김모씨는 “최근 본교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사태 이후, 학교 측이 관리 부실에 대한 반성 없이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및 ‘GPT 킬러(AI 활용 표절률 탐지 도구) 5% 미만’이라는 비현실적 기준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작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대에서는 지난달 한 비대면 교양 강의에서 일부 학생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문제와 답안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시험이 전면 무효 처리됐다. 이달에는 공과대학 전공수업 온라인 퀴즈에서 특정 학생들이 여러 차례 재응시한 사실이 확인돼 시험이 취소됐다.

김씨는 이러한 무효화 조치가 성실하게 응시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 학생은 부정행위 유혹을 뿌리치고 밤새워 공부하며 정직하게 시험에 임했다”며 “학교는 이들의 노력을 부정행위자들과 구분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GPT 킬러 기준을 두고는 “GPT 킬러는 텍스트의 일관성과 변칙성을 분석해 AI 사용 확률을 추측할 뿐, 확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며 “기술적 한계가 명확한데도 교수진은 이 불완전한 도구를 ‘절대적 잣대’로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4000자 레포트에서 AI 탐지율을 5% 미만으로 낮추라는 요구는 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쓰지 말고, 기계가 인식 못 할 조악한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문법이 완벽하고 논리적인 문장일수록 AI 탐지기는 이를 AI가 쓴 것으로 오판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자보는 교수진의 자체 기준 충족 문제도 언급했다. 김씨는 “교수진 공지의 표절률이 6%로 나타났다”며 “교수 본인의 글도 통과하지 못하는 잣대를 학생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올해 9월부터 제출 방법과 기한 문의가 이어졌지만 교수진이 “기다려라”, “공지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고, 11월 들어 “4000자 내외, 표절률 5% 미만”이라는 조건을 기습 공지했다고도 주장했다.

시험 문항 수준에 대해서도 “‘다음 중 고령사회연구원이 출간한 책이 아닌 것은?’ 이것이 대학 중간고사 문제인가”라며 “학문적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평가해야 할 시험이 단순 암기 테스트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게시판에서는 해당 대자보에 대해 “지피티 킬러 기준은 처음부터 손으로 써도 높은 수치 나온다”, “대자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책임 회피”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학생증 확인도 안 하는 시험이 많다”, “AI보다 기본적인 시험 관리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간만에 제대로 된 대자보다”, “후배 멋있다” 등 대자보를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최근 고려대뿐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도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학가는 평가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25일 모든 교수에게 기말고사는 원칙적으로 대면으로 진행해 달라고 안내했다.

김씨는 대자보 말미에서 “교수진이 자신들의 관리 부실을 덮기 위해 학생들에게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진정한 명문사학이라면 정직하게 시험을 본 학생들의 노력을 인정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기계적인 수치 뒤에 숨어 학생들을 억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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