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킹·직장인 커뮤니티서 소득 및 자산 토대로 측정 근로 계약 시 참고 되지만 ‘정서적 채찍질’ 우려도…“표본 대표성”도 의문
모바일 금융 플랫폼 앱과 직장인 커뮤니티 앱이 제공 중인 자산·소득 수준 평가 서비스 화면 갈무리.
광고 로드중
“○○님은 30대 상위 10% 자산가예요”
최근 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 기업의 앱 기능을 두고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앱은 가입 후 공인인증서 및 계좌 정보를 연계하면 이용자의 자산 규모가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데, 앱 게시판에는 “26살 자산, 이 정도면 적당한가요?”라거나 “들어올 때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부럽고 자격지심이 많이 든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광고 로드중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용자들은 이들 서비스에 대해 신기해하면서도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정 소득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박탈감과 조바심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FOMO(고립 공포감·포모)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직장인 이 모 씨(여)는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돈으로 줄 세우기는 하는 콘텐츠가 많아서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고 느끼거나 어떤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불안해하며 살아가게 될 것 같다”며 “현대사회를 살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직장인도 “(이들 서비스는)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보조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수단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검증할 수 없으니 ‘보조’ 수단으로밖에 쓰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많은 자산, 높은 연봉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현실을 극적으로 바꿀 수 없는 대다수의 범인에게는 ‘너는 돈 안 모으고 뭐 했어’, ‘그것밖에 못 버니’ 등 정서적으로 채찍질을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고 로드중
SNS상에 돈 자랑 콘텐츠를 보며 위축돼 있었다는 임 씨는 “어디 가서 쉽게 물어보지 못하는 돈, 소득 관련 수준을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동시에 내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은 비교를 당한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같은 회사 내 연봉은 서로에게 공개하면 안 되는 것이 원칙인데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이를 너무 쉽게 무시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조 모 씨(여·30대)의 경우는 “계약 때마다 돈 얘기를 한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혼자서는 모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만큼 (벌이가) 안 되면 씁쓸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서비스가 계층과 서열을 의식하는 한국 문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고 로드중
아울러 평가 표본과 기준의 대표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를 많이 파악할수록 도움이 되겠지만 그 정보가 얼마나 대표성 있는 샘플에서 나왔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석 교수는 자산 규모를 평가해 주는 서비스와 관련해 “대한민국 전체 가계를 대표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해당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층은 상대적으로 연령이 젊은 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실제로 부동산 자산 등이 많은 계층들은 시중 은행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융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자산 평가 기준에 대해 “이용약관에 따라 전체 이용자가 아닌 해당 서비스 제공에 동의한 이용자들의 자산 현황을 바탕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