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맞아 농산물 경쟁 심화… 안정적 생산-균일 품질 핵심 과제 정부 ‘스마트팜 ICT융합사업’ 추진 ‘스마트팜 토마토’ 평균생산량 5배… 운영 기술 넘어 수출 실무도 교육
㈜베베스팜 스마트팜 전경. ㈜베베스팜 제공
㈜스마일팜 스마트팜 전경. ㈜스마일팜 제공
전북 김제에 있는 딸기 농장 ㈜베베스팜과 방울토마토 농장 ㈜스마일팜은 스마트 농업 전환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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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스팜 출하 앞둔 생산딸기. ㈜베베스팜 제공
㈜베베스팜 딸기 체험 전경. ㈜베베스팜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베베스팜이 ICT 시스템을 본격 도입한 지난해 평(3.3㎡)당 조수입(필요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은 약 18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22.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방제비는 60% 이상 줄었고 연간 방제에 들어가던 노동시간도 30시간가량 절감됐다.
기상 편차 줄여 토마토 품질 표준화… 생산량 5배
전북 김제시 공덕면의 방울토마토 농장 ㈜스마일팜은 온실 내부의 온도·습도·광량·CO₂ 농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이다. 허무현 대표는 노지 재배에서 겪던 수확량과 품질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스마트팜 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그는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토마토는 환경을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상품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스마일팜의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은 자동 환기, 순환 팬, 보온 커튼, CO₂ 주입 장치를 연동해 온실 내부의 생육 환경이 자동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허 대표는 작물 생육 상태를 점검해 필요한 경우 세부 설정만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기후변화나 외부 요인으로 생길 수 있는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스마일팜의 방울토마토 평균 생산량은 1㏊당 344t으로 일반 시설재배 농가의 약 5배에 이른다. 단위면적당 조수입도 6913만 원으로 일반 대비 240%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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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역할
앞서 살펴본 두 농가의 공통점은 ‘같은 품질을, 같은 속도로, 반복해서 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술로 답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데이터와 자동화를 바탕으로 재배 환경을 표준화해 기후나 계절이 바뀌어도 품질 편차를 최소화했고 그 위에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결국 ‘재현 가능한 생산→납품의 안정화→거래처 신뢰 형성→가격 방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기술과 데이터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마트팜 확산은 이제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우리 농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ICT융복합확산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청년보육과정을 연계해 운영하는 것도 결국 농업 현장의 재배를 데이터 기반으로 표준화하려는 정책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자동화와 정밀제어 기술로 확보한 생산의 일관성은 곧 ‘브랜드로서의 농산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쌓인 경험은 장비·소프트웨어·운영 기법이 총망라된 한국산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로도 확장될 수 있다.
농업인 대상 교육… 기술 넘어 경영 역량까지 강화
정부는 스마트팜 운영 기술과 수출·무역 실무를 함께 다루는 교육과정을 여러 경로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팜코리아 및 농업교육포털을 통해 스마트팜 운영, 데이터 분석, 해외시장 대응 과정을 묶어 제공해 단순히 기술·장비를 보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출을 목표로 하는 농가의 경영 역량까지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농업인이 이 과정에 참여했으며 교육을 받은 농가 중 일부는 해외 업체와 상담을 진행하거나 MOU를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결국 농업 경쟁력의 본질은 ‘운영의 표준화’에 있다. 스마트팜 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 병해충 발생, 노동력 부족 같은 변수를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여 생산부터 유통까지 계획할 수 있는 체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제 농업은 예전처럼 농부의 감과 경험에 의존하던 단계를 지나 온도·습도·광량·양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자동화된 설비가 생육 환경을 스스로 조정하며 이렇게 얻은 결과가 다시 데이터로 축적되는 구조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감이 아닌 데이터’ ‘일회성이 아닌 반복 가능한 품질’이라는 말이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농업은 이 ‘지속성’과 ‘재현성’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우리 농업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결국 이 두 키워드가 스마트농업이 한국 농업에 던지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이자 FTA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쟁력의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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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