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도로교통안전국이 여성 체형 더미 ‘THOR-05F’의 도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안전 설계의 기초가 되는 충돌 실험에 여성 더미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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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안전 설계의 핵심인 미국 연방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모의 충돌 실험’에 여성 더미 사용이 승인됐다. 이는 60년 만의 변화로, 남성 체형을 중심으로 설계돼 온 자동차 안전장치를 흔들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연방도로교통안전국은 최근 여성의 체형을 바탕으로 한 충돌 시험용 더미 ‘THOR-05F’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여성 운전자까지 포괄하는 안전 설계의 필요성이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형 더미 ‘THOR-05F’의 설계도. 체형의 굴곡 및 쇄골·골반 등 해부학적 차이가 반영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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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더미 인형이 충돌하는 모습. @driveactionfund 갈무리
이에 여성 더미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 NHTSA는 2011년 평가 시스템을 개편해 이번에 승인된 THOR-05F와 비슷한 체형의 더미를 활용한 시험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여성 더미를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뒷좌석에만 배치하도록 해 “여성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 비용 부담이 변수…“개선 비용 737억 추산”
50년 이상 사용되어 온 ‘하이브리드 III’ 남성 충돌 테스트 더미의 모습. 이 더미는 1970년대 평균적인 미국 남성 체형을 본따 만들어졌다. AP/뉴시스
협회 대변인 조 영은 남녀 간 부상 위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은 가상 충돌 실험으로 충분하다며 “새로운 안전 측정 도구를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충돌 인형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도 변수다. 더미 한 기 가격은 100만 달러(14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여성 더미 도입에 따른 자동차 업계 전체 비용을 5000만 달러(737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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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정부 결정 환영…싸움 아직 안 끝나”
드라이브 액션 펀드(Drive Action Fund)의 마리아 웨스턴 쿤 대표가 2019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모습. 당시 쿤 대표는 뒷좌석에 탑승한 자신과 어머니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앞좌석에 탑승한 아버지와 남동생은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driveactionfund 갈무리
뉴욕대학교 로스쿨 학생인 쿤은 2019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뒷좌석에 앉아 있던 자신과 어머니는 다쳤지만 앞좌석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여성 더미 도입을 위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쿤 대표는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자동차 회사들의 입장을 들을 차례”라고 말했다.
여성 더미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네브래스카주 공화당 상원의원 데브 피셔는 “이번 조치를 통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모든 운전자를 위해 미국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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