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마가와 전통보수 깊은 분열 보여준 장면”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장례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AP뉴시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2001년 1월~2009년 1월)의 2인자로 ‘역사상 최고 권력을 행사한 부통령’이란 평가를 받는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장례식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며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거두로 불린 그의 장례식에 공화당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댄 퀘일 전 부통령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앨 고어 전 부통령 등도 나타나 정파와 관계없이 고인을 추모했다. 하지만 체니 전 부통령과 불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은 불참했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장례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AP뉴시스
이날 식장 맨 앞줄에는 유족,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 펜스 전 부통령 부부, 해리스 전 부통령이 자리했다. 바로 뒤 두 번째 줄에 1992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퀘일 전 부통령과 고어 전 부통령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펜스 전 부통령 또한 밝은 얼굴로 악수했다.
이 장례식은 그의 별세 17일 만에 열렸다. 지난해 12월 말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國葬)’ 또한 별세 11일 만인 올 1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엄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니 전 부통령의 타계 후 추모 성명을 전혀 내지 않았다. 백악관에 조기는 게양했지만 이는 ‘정·부통령의 사망 시 조기를 게양한다’는 법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진정한 추모 의사가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장례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AP뉴시스
공화당의 전통적 주류 노선을 계승한 체니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트럼프 지지층의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등을 거치며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했다. 지난해 대선 때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장례식 불참을 두고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공화당 전통 보수 사이의 깊은 분열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