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집트 정상회담] 李, 카이로대 연설서 새 구상 제시 “전쟁 포화 겪은 한국, 분쟁 아픔 공감 이집트 적신월사에 1000만달러 기여”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대 연설에서 “이집트, 나아가 중동과 한국이 함께할 비전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샤인’은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줄인 말이다. 가자전쟁 등으로 인한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와 외교적 협력과 함께 경제와 문화 협력을 강화하자는 대(對)중동 정책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화, 번영, 문화 세 가지 영역에 걸친 ‘샤인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라며 “전쟁의 포화를 겪으며 이산가족의 슬픔을 견뎌낸 대한민국 국민은 분쟁으로 위협받는 이들의 눈물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로 방문을 계기로 가자 사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집트 ‘적신월사’에 1000만 달러를 새로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적신월사는 이슬람권 적십자사다.
이 대통령은 또 “함께하는 혁신으로 공동 번영의 미래로 도약하겠다”며 “한국은 이집트의 ‘비전 2030’처럼 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 맞춤형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은 중동의 도움 없이 불가능했을 역사적 성취”라며 “이제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건설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인공지능, 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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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시작하며 카이로대 학생들에게 “대통령 취임 후 전 세계에서 처음 방문한 대학교가 바로 카이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래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법”이라며 “‘움므 알-둔야(인류 문명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집트의 위대한 문명을 보러 가는 대신 ‘움므 알 자미앗 알 미쓰리야(이집트 대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카이로 대학교로 달려온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 두 가지 기적을 하나로 잇고 세계를 향해 함께 도약할 미래의 주인공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