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포 굿’ 속 글린다와 엘파바의 모습.
오즈의 최고 권력자 ‘마법사’(제프 골드브럼)가 숨겨온 진실을 알게 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엘파바(신시아 이리보).
엘파바는 마법사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하지만, 글린다는 끝내 마법사 편에 남는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사람에게 세상은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인다.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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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포 굿’ 속 글린다의 모습.
특히 ‘위키드: 포 굿’에선 글린다의 감정을 보다 깊이있게 따라간다. 글린다는 모두로부터 “착하다”는 찬사를 들으며 살아가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부담감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불안감은 엘파바를 지켜보며 더욱 커진다. 엘파바는 마법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악한 마녀’라는 이름을 기꺼이 짊어진다.
대척점에 선 두 사람의 갈등은 피예로 왕자(조나단 베일리)를 둘러싼 삼각관계, 엘파바 동생의 죽음 등을 거치며 정점에 다다른다. 그러나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이해한다.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배경음악(OST) ‘포 굿(For Good)’은 두 사람의 애틋하면서도 애증스러웠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곡. 여기에 원작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가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엘파바의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No Place Like Home)’, 글린다의 ‘더 걸 인 더 버블(The Girl in the Bubble)’이 더해져 인물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서사적 완결성은 살짝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두 주인공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다소 성급한 데다, 생략된 감정선이 많다. 이들과 대립하는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양쯔충·楊紫瓊)도 비교적 쉽게 몰락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또 전편의 ‘디파잉 그래피티(Defying gravity)’처럼 압도적인 ‘킬링 넘버’가 부재한 점도 아쉽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곡들이 중심을 이루며, 화려한 뮤지컬 장면을 기대했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원작 팬층이 워낙 두터운 만큼 흥행 성과에 관심이 모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위키드: 포 굿’은 개봉 첫날에만 10만8828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다만 전편 ‘위키드’는 세계적으로 총 7억5885만 달러(약 1조 1114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국내 관객은 약 224만 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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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