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이 된 고환율] 韓투자자 ‘원화 약세 장기화’ 우려에 해외투자→고환율→달러 쇼핑 악순환… 5대銀 달러 예금, 한달새 24억달러↑ “2030세대들 美직접 투자 강해져… 국내 투자 매력도 개선돼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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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50대 김모 씨는 이달 들어 10억 원을 달러로 환전해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기 때문. 김 씨는 “매달 달러로 지급되는 연금은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해 달러 기반 자산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의 ‘달러 쇼핑’이 늘고 있다. 달러 기반 보험, 채권, 주식 등의 자산을 사들이거나 아니면 달러 자체를 모으는 투자다. 19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0.3원 오른 1465.6원에 주간거래를 마치며 고공행진할 정도로 달러는 비싸지고 있다. 그럼에도 ‘포모(FOMO·소외 공포)’족들은 “달러가 더 비싸지기 전에 사자”며 달러 자산을 모은다. 과거 달러가 비싸지면 수요가 줄던 것과 달라진 영상이다.
● 고환율에도 ‘달러 쇼핑’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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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사는 한 사업가는 지난달 아내와 자녀 명의로 미국 주식에 각각 10억 원씩 20억 원어치를 추가 투자했다. 그는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등장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건실한 미국 AI 기업들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최근 법인의 여유자금 10억 원을 해외 증시에 투자했다.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해 반도체 업체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보고 해외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을 넣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출 기업은 달러로 받은 자금 중 일부를 해외 증시에 다시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달러 자산 확보 심리 강하게 작용”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가 비싸져도 투자를 늘리는 핵심 이유는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0년 들어 모바일을 통한 해외 투자가 쉬워져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수시로 글로벌 증시에 뛰어드는 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1∼9월 574억9000만 달러였던 내국인의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가 올해 1∼9월 998억5000만 달러로 7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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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