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 국내 기술융합예술 진일보 예술가들, AI 기술 활용 화두로
몰입형 가상현실(VR) 콘텐츠 ‘이머시브 궁’. 4∼8명의 롤 플레이어가 대한제국 시대에 동시 접속해 육조거리, 경복궁 등을 거닐면서 전통예술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기어이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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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머리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쓰자, 대한제국 시대 광화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미스 손탁’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겨 전차에 올라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육조거리 상인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니 전차가 멈춰 섰다. 위엄을 풍기며 우뚝 선 근정전 앞. “임금님께 예를 표하라”는 미스 손탁의 말이 귓가를 울리자 관람객들은 신하라도 된 듯 허리를 숙이고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알현을 준비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개최된 ‘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몰입형 VR 콘텐츠 ‘이머시브 궁’은 풍부한 볼거리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스 손탁 등 캐릭터들의 표정과 입 모양은 인공지능(AI)에 바탕을 둔 아바타 자동 생성 기술로 무척 자연스러웠다. 왕실 연회도 실제 한국무용수의 춤을 모션캡처 기술로 본떠 세련되고 근사했다.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 덕에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분야 콘퍼런스 ‘시그래프(SIGGRAPH)’에서 ‘최고의 쇼’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머시브 궁’을 제작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아트코리아랩의 입주 기업인 ‘기어이 스튜디오’ 이혜원 대표는 “최신 기술이 복잡하게 사용돼 제작 기간과 비용, 난이도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시그래프에서 ‘케이판 데몬 헌터스’ 제작진이 VR 애니메이션용으로 작품을 열렬히 살펴봤다. 그만큼 잠재적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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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달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 다큐멘터리 영화제 뉴미디어 부문에 아시아권 창작자로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작품을 총괄한 유지미 작가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접목한 예술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며 “순수예술과 달리 해외에서도 적극 협업하려는 분위기여서 신진 예술가에게는 큰 기회”라고 했다.
AI 시대 예술가로서 기술 활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플라스피어’는 해저 찌꺼기와 성게, 암석을 합성한 듯 기괴한 이미지들을 관람객에게 내보였다. 경남 통영시 학림도에서 촬영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암석화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을 LoRA(Low-Rank Adaptation) 모델에 먼저 학습시켜 생성형 AI가 왜곡 없이 최종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만든 ‘콜렉티브 남산전골’은 “단순히 AI로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AI 생성 이미지가 갖는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현대자동차 등 협업 가능성을 살피러 온 기업체와 AI 연구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제로원 관계자는 “쉽게 바뀌지 않는 기업의 사업 구조도 예술의 혁신성을 통해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기술 융합 예술 분야는 연계 가능성도 커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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