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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긴장 낮추자” 李정부 첫 군사회담 제안… 北 호응 미지수

입력 | 2025-11-18 03:00:00

1953년 휴전선 표식물 1292개 설치… 상당수 부식 방치, 200여개만 보여
北, 대남단절 작업중 올 10여회 침범… 경고사격→퇴각 반복 무력충돌 우려
대화 거부 北에 소통채널 확보 나서




군은 17일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을 논의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하면서 최근의 남북 간 긴장 고조가 일부 지역의 MDL 경계선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MDL 일대의 철책과 방벽 설치 등 북한군의 대남 단절 작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MDL 침범 사태를 의도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불러내 MDL 기준선 등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논의함으로써 남북 간 단절된 소통 채널을 뚫어 보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 “표식물 1292개 중 200여 개만 식별”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때 설치된 MDL 표식물이 오랜 세월이 지나 사라지거나 수풀에 가려지거나 쓰러져서 어딘지 알아보기 힘든 지역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MDL 표식물은 1m 높이 시멘트 기둥 위에 세워 155마일(약 250km) MDL 선상에 100∼200m 간격으로 총 1292개가 설치됐다. 서해에서 동해 방향으로 각각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가로 90cm, 세로 45cm 노란색 철판에 남측에서 볼 때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북측에서 볼 때 ‘군사분계선(軍事分界線)으로 각각 표기됐다.

하지만 7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상당수가 부식되거나 부서진 채 방치된 상태다. 명확히 식별 가능한 표식물은 200여 개라고 군은 설명했다.

● “10∼11월에만 6, 7차례 MDL 침범”

군 당국자는 “지난해 4월부터 북한군이 병력을 대거 투입해 MDL 일대에서 대남 단절 작업에 나서면서 MDL 기준선 문제가 군사적 충돌의 불씨로 떠올랐다”며 “올해에만 작업 지역을 포함해 북한군의 MDL 침범 사례는 10여 차례”라고 했다. 작업 지역에서 수십 명의 북한군이 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하는 사태가 반복되면서 북한군의 맞불 도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MDL 침범이 6, 7차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군의 MDL 침범이 잦아질수록 우리 군도 만일에 대비한 작전태세와 경계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무력충돌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는 인식이 회담을 제안한 주요 배경”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을 식별이 힘든 MDL 기준선 탓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전방 경계태세를 떠보기 위한 북한군의 ‘기만전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했다.

● 北 호응 가능성은 미지수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담화에서 북측 상대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한 국방성에서도 동일한 직급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10차 남북장성급회담에는 김도균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과 안익산 북한 중장(한국 소장급)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대남 단절 조치를 고수 중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7월 발표한 담화에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과 MDL 문제를 논의할 개연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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