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Enhanced Games 홈페이지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2026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강화 경기)’이 열린다. 출전 선수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은 물론이고 최신 기술로 기능이 향상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종목은 육상(육상 100m, 허들 100·110m), 수영(자유형 50·100m , 접영 50·100m), 역도 등이다. 종목당 상금 25만 달러(약 3억6000만 원)에 세계기록을 경신하면 100만 달러가 제공된다. “우승하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3년간 벌 만한 금액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규정을 준수하는 선수도 참가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출전하기로 했고 그중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로 구성된 대회 투자자들이 개설한 홈페이지를 보니 ‘엘리트 스포츠의 새 시대’를 선포하며 ‘과학으로 스포츠를 재탄생시킨다’고 주장한다. 황당해 보이지만 이 계획이 뜬금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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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능력의 극대치를 추구하는 것은 오랜 인간의 욕망이다. 또 최고의 경쟁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다. 그러나 모두에게 약물을 허용한다고 해서 경쟁이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더 효과가 좋고 안전한, 고로 더 비싼 약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핸스드 게임’이 자칫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은 아닐까. 스포츠의 본질과 공정성, 정직성이라는 가치 위에 경쟁과 쾌락, 돈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놓인 모습 말이다. 2026년, 우리는 ‘새로운 스포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시험하게 될 것 같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