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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975년 훈령전 형제복지원 구금도 배상”

입력 | 2025-11-14 03:00:00

강제수용 국가배상 범위 넓혀
2심서 제외 기간도 위자료 줘야



대법원 청사. 2025.09.25 뉴시스


부랑인(浮浪人) 선도를 명목으로 고아, 장애인 등을 강제로 구금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정부 훈령이 발령된 1975년 이전에 이뤄진 강제수용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3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1975년 이전 수용기간을 제외하고 위자료를 산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형제복지원 전신인 형제육아원이 설립된 1960년부터 형제복지원 후신인 니느웨정신요양원이 폐쇄된 1992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개입돼 부랑인으로 지목된 고아, 장애인 등이 강제수용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6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에서는 1975년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훈령)을 발령해 부랑인 단속과 관련한 정부 공식 지침을 마련했다. 훈령은 시장·군수·구청장이 경찰과 합동으로 정기·수시로 부랑인 단속을 실시하고, 단속된 부랑인 중 연고가 불확실한 사람을 수용시설에 위탁 수용하게 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에게 총 145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훈령이 발령된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피해자 5명에 대해 ‘원고들이 수용될 당시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위자료를 8억8000만 원가량 감액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훈령 발령 이전 강제수용에 대해서도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이러한 기조는 훈령 발령으로 이어졌다”며 “훈령 제정 이후부터 부랑아를 단속하고 시설에 강제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훈령 제정을 통해 그러한 정책을 더욱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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