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기네스 최고령 저자 등재… 이번엔 신간 ‘백년의 유산’ 펴내 “사람은 이젠 늙었다 생각할때 늙어 어떤 인생 살지 젊을때 꼭 그려봐야 그게 없으면 평생 자기 인생 못살아”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세계 최고령 저자’ 기네스북 증서 옆에 서 있다. 그는 지금도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는 105세 ‘현역’이다. 김 교수는 “지금이 제일 좋은 나이”라며 “늙었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고 웃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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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4월 23일생. 올해 105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21세기북스·사진)을 펴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도 내 정신이 늙었단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사람들과 이렇게 ‘대화’하면 공감대가 생기지 않느냐”고 했다. 여전히 정정한 김 교수는 간담회 뒤엔 동아일보와 따로 만나 추가 인터뷰에도 응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인문서 ‘김형석, 백 년의 지혜’(21세기북스)를 펴낸 뒤 같은 해 9월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신간은 자기 기록을 경신한 셈. 그는 “(앞으로) 나보다 나이 많은 저자가 나올 테니 큰 관심은 없다”면서도 “한두 권쯤 더 쓰면 그땐 (기록 깰 이가) 잘 없으려나”라며 여유롭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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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광복 당시 스물다섯이던 김 교수는 사상의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어 내려왔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자유가 결핍된 시대를 체험한 이의 주체적 인간관이 묻어났다.
“내 인생의 4분의 1을 일제강점기에 살며 ‘내 나라에 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공산 국가는 내 나라가 아닐뿐더러, 나라다운 나라도 아니었어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일제 강점기도 개인이 자기 사상을 갖고 살 수는 있었어요. 공산주의 세계에선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2년 뒤 38선을 넘어와 오늘이 된 겁니다.”
김 교수는 청년들에게도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길 당부했다. 그는 “30대 전후까지 ‘60∼70대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자화상을 그려봐야 한다”며 “그게 없으면 평생 내 인생을 살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인문학에선 하나의 물음에 하나의 답만 있는 게 아니다”며 “인문학도들도 AI 시대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세 가지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첫째,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합니다. 둘째, 양심에 비춰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합니다. 셋째, 인간이 주인이란 생각을 버리면 안 됩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어떤 시대라도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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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격만큼 존경을 받습니다. 인촌 선생은 제가 만나본 사람 가운데 인격적으로 가장 훌륭한 분이었어요. 그분을 보면서 인격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만큼 높은 봉우리엔 오를 순 없겠구나 싶었죠.”
인터뷰와 간담회 내내 김 교수는 또렷하게 달변을 이어갔다. 이리도 맑은 정신으로 장수하는 비결이 있을까.
“정서적 건강이 중요해요. 백 살이 됐을 때 같이 백 살 된 친구를 세어보니 7명이었어요.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남 욕하지 않습니다. 둘째, 화내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노하우는, 실력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를 만나 시키는 대로 하는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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