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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규모 대면시험까지 ‘AI 커닝’… 무방비로 당하는 대학들

입력 | 2025-11-12 23:24:00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챗GPT를 활용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데 이어 서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들에서도 비슷한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비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이뤄진 연세대나 고려대와 달리 서울대는 소규모 대면 시험 상황이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AI 커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에서는 최근 치러진 교양과목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이 챗GPT의 도움을 받아 답안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목은 수강생이 30명 남짓 되는 대면 강의로 지난해 12월에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증거가 부족해 징계 없이 마무리됐다. 올 6월엔 서울여대 전공과목의 대면 시험에서 일부 학생이 AI로 서술형 문항을 작성한 사실이 적발돼 0점 처리됐다. 모든 수업과 시험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이버대학들의 경우 “정직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I 부정행위가 퍼져 있다고 한다. 3년 전 챗GPT 출시 직후부터 반복되는 문제임에도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대학가의 AI 부정행위를 놓고 학생들의 윤리 의식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AI가 가져온 혁명적인 변화만큼 교육 현장도 바뀌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해외 주요 대학들은 단순한 지식 전수와 정답 맞히기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맞는 학습과 평가 전략을 짜고, 이 과정에서 AI 이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들 중 AI 지침을 마련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악화로 ‘AI 커닝’에 취약한 대형 비대면 강의를 늘리고 있는 형편이어서 AI 지침 마련은 사치라는 것이다.

초중고교도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7곳은 AI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도 ‘윤리적 사용 교육은 필수’와 같이 원론적인 원칙만 제시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AI 활용이 일상인 ‘챗GPT 세대’에 맞게 교육과 평가 방식을 바꾸고, 초중고교의 경우 교육부 차원의 구체적인 활용 지침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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